한ㆍ미 FTA 협상이 막바지 고비를 향해 치닫고 있다. 아직까지 합의를 보지 못한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섬유, 농업 등 핵심쟁점에서의 빅딜을 위한 ‘체치기’ 작업이 거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우리의 주된 관심 분야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이렇다할 양보를 얻어내지 못한 정부는 이제 고위급 타결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한ㆍ미 FTA를 찬성하는 측은 대미수출을 늘리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한다. 중국 등 경쟁국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현재와 같은 ‘고용 없는 성장’, ‘성장잠재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서비스업 위주로 산업구조를 선진화하고 더욱 치열한 세계적 경쟁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FTA 체결이 이러한 도약을 위한 생산적 충격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충분히 귀 기울일 만한 논리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진행과정을 보면 최종 타협안이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ㆍ미 FTA 체결의 직격탄을 맞을 농업 등 특정 부문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전체적으로 한ㆍ미 FTA가 무역수지 확대 균형 효과나 생산, 고용, 국민후생 수준의 개선을 과연 어느 정도 가져올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오히려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고, 정부가 홍보하고 있는 고용 창출 및 고용의 질 개선을 통한 양극화 해소도 고부가가치 산업들의 특성상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 등 서비스 산업을 유치하여 동북아 금융 허브를 구축하고 국내 서비스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자칫하면 우리 안방만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게다가 그동안 우리의 필요에 따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관세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은 물론 정부가 외국기업에 대해 일정한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되고, 오히려 분쟁 발생시 초국적 기업에 의해 우리 정부가 제소당할 가능성은 높아지게 된다. 이는 초국적 자본에 의해 심각한 폐해가 발생할 경우 사후적으로라도 우리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대응 능력이 크게 제약받게 됨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ㆍ미 FTA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조차 어리둥절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협상을 개시하고 속전속결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 추진 과정이 그리 민주적이지 못한 것은 물론, 정부가 제시한 자료들마저 상당히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국회도 미국 의회와 달리 협상 준비나 진행 과정을 철저히 감독하지 못했다. 착실한 준비 없이 OECD 가입을 서둘렀다가 외환위기를 겪은 일이 고작 십년 지났을 뿐인데, “과거 개방할 때마다 나라 망한다고 반대하던 세력이 또 반대하고 있다”거나 “까르푸, 월마트 다 이겼다. 한ㆍ미FTA도 성공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신중한 국민적 합의 창출을 가로막을 뿐이다. 조건이 맞지 않아 미국과의 FTA 협상을 중단한 외국 사례는 이미 여럿 있다. 막바지 고위급 타결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을 경우 협상 전체를 재고할 수도 있다는, 신중하고도 결연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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