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날 99주년 기념 포럼·문화제

노동시장 불안해지면
 여성이 우선 배제돼

세계여성의날 99주년 맞이 기획포럼(포럼)이 ‘한·미FTA와 여성’이란 제목으로 지난 6일(화) 중앙대 정경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한·미FTA 체결이 여성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논의해보고, 이 과정에서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개최됐다. 한편 8일에는 중앙대 아트센터에서 ‘99.38MHz LIVE FeMinism’라는 이름의 문화제도 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포럼은 중앙대 총학생회 등이 주축이 된 ‘3·8투쟁 기획단’이 주최하고 총 7개 대학 19개 단체 100여 명이 참석해 총 3부의 순서로 진행됐다.

포럼의 제1부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한·미FTA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영자씨(성신여대 투쟁기획단장)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여성」 발제에서 신자유주의는 여성을 우선적·이중적으로 착취한다고 지적했다. 영자씨는 “신자유주의 체제는 생산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고자 남성보다 임금이 낮은 여성노동자를 이용한다”고 말하며 “이에 따라 여성의 고용 자체는 증가했으나 임시직·특수고용직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노동자 간의 연대를 구축하고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권리를 인정받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미FTA와 여성의 삶」을 발제한 범용씨(성균관대 투쟁기획단장)는 한·미FTA 체결 이후 진행될 여성의 성상품화와, 서비스시장의 개방으로 인해 바뀌는 한국 여성의 삶에 주목했다. 그는 “한·미FTA 체결이 불러일으키는 고용 불안정과 대량실업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약자인 다수의 여성이 배제될 것”이라며 “이런 여성들은 성매매의 길로 빠져들기 쉽다”고 우려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 2004년에 성매매업 종사 여성은 최소 33만명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한·미FTA 체결로 서비스시장이 개방되면 노동시장 유연화를 조건으로 무수한 외국자본이 유입된다”며 “이러한 외국자본은 극단적인 저임금 지급과 고용불안 등으로 여성노동시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성균관대 새내기들의 콩트: 외모에 대한 평가에 슬퍼하고 있는 여성에게 고양이가 다가가 "너는 외모ㆍ몸매 때문에 소외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장면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그 대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신자유주의가 양산하는 빈곤과 폭력에 맞서는 페미니즘을 위하여」 발제를 맡은 경원씨(고려대 투쟁기획단장)는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관계에 주목하고 ▲여성에 대한 이중적 착취에 맞서 여성권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을 벌여나가야 한다 ▲역사적 가족형태에 대한 비판과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심화되는 여성에 대한 성적착취에 반대해야 한다 ▲여성권에 대한 인식을 통해 기존의 운동사회를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아래로부터의 여성운동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3부에서는 ‘여성부, 여성가족부로의 변화’를 주제로 청중 간의 활발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다. 쟁점은 현 여성가족부의 정체성 문제였다. 박진우씨(성균관대)는 “여성부가 만들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의 이익과 사회적 진출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성차별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민혜씨(고려대)는 “여성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 때 여성부는 여성을 위한 사회적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여성가족부는 진정으로 여성을 대변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제는 700여 명의 청중들이 참가한 가운데 라디오 방송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문화제는 ▲직장노동·가사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어머니의 사연을 소개한 ‘너네 엄마 뭐하니?’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이 겪었던 성폭력을 소개한 ‘거침없이 샤우팅’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공동의장 려목씨(서양사학과·04) 등이 여성운동의 나아갈 바를 발언한 ‘Live FeMinism’ 순으로 열려 청중들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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