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홉스봄 지음, 민음사, 2만 5천원

세계적 석학 에릭 홉스봄의 자서전 『미완의 시대』가 출간됐다. 역사학자가 풀어쓴 자신의 인생 이야기는 격동의 20세기와 맞물려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역사 선생님이 자신의 경험담을 실어 현대사 강의를 하는 듯 생생하다.

독일의 히틀러, 소련의 스탈린, 영국의 대처, 미국의 부시까지. 홉스봄은 현대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이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케임브리지대 시절 반파시즘·반전 투쟁에 앞장서기도 했고 최근에는 부시 정부의 패권주의를 비판하는 홉스봄의 모습에서 그의 실천적 역사관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학문과 예술을 갈망했던 홉스봄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재미를 더한다. 선사시대를 다룬 『동굴의 아이들』을 읽고 돌멩이를 막대에 묶어 ‘석기 망치’를 만드는 유년기의 홉스봄은 영락없는 꼬마 역사학도다. 또 재즈 음악에 심취한 청소년 홉스봄이 “외모에 자신이 없어 여자에게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빈 첫사랑의 자리에 재즈가 들어왔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직은 무기를 놓지 말자.”
홉스봄은 책의 끝 장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사회에는 불의가 여전히 존재하므로 이를 타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산주의가 있었기에 자본주의가 버틸 수 있었다는 공산주의자, 한 집단의 단결은 다른 소수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하는 보편주의자인 홉스봄은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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