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부편집장

등굣길 교통난 근본적 해결책 절실
카풀 등 주위 사람 배려하는 마음도 필요

 

2007년 새 학기 아침부터 서울대입구역은 열기로 가득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 가득한 것이고 좀더 정확히 말하면 불만과 짜증이 가득한 것이겠지요.

3월 2일이었습니다. 벌써 4학년이라 여러 번 반복돼 온 새 학기에 익숙한 탓인지 덤덤하게 집을 나섰습니다. 그날이 입학식인지도 잠시 잊고 말이죠. 아니 근데 이게 웬일입니까? 안 그래도 좁디좁은 3번 출구를 비집고 올라오던 저는 그만, 역 입구까지 내려온 버스, 택시 줄과 뒤엉켜 더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었습니다.

‘끙.’ 순간 신경질이 울컥 올라왔습니다. 주위 분위기에서도 입학의 즐거움, 기쁨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때 아니게 추운 날씨와 예상하지 못한 교통난으로 모두 잔뜩 골이 난 눈치였습니다. 그날 서울대입구의 복잡함과 교통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뒤엉킨 차 행렬은 학교 안까지 이어졌습니다.
 
비단 입학식 등 거창한 행사가 있는 날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평일 아침, 입구역은 정말 가관입니다. 셔틀 줄은 봉천동 골목까지 침투해 있고 버스 줄은 감히 맨 끝자리에 설 용기조차 생기지 않게 합니다. 몇 대 남지 않은 택시를 서로 타려고 학생들은 골목, 도로까지 뛰어 들어갑니다. 그것도 모자라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무작정 ‘합승’을 요구하기도 하죠. 아, 이것이야 말로 전쟁입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학교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아침부터 진을 빼고 나면 수업시간에는 나도 모르게 정신이 몽롱해집니다. 

그렇습니다. 서울대로 가는 교통 전쟁은 우리가 모두 아침·저녁으로 겪는 일이며 앞으로도 겪어야 할 일입니다. 학생, 교수, 직원 모두 모처럼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학교 가는 길에 생기는 어려움은 서울대 고유의 문젯거리로 당연하게 여겨 별다른 해결책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었는데 ‘입구역’이라는 이름이 안겨주는 배신감과 학교 위치로 인한 불편함을 원죄마냥 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교통문제는 당연하고 불가피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호 ‘드림캠퍼스’ 기획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다양한 분야 중 교통문제와 관련된 아이디어들이 가장 많이 응모됐습니다. 이 생각은 그저 단순한 생각 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우리가 하루하루 학교 가는 길에서 겪은 고통과 아픔이 쌓인 사유의 결정체입니다.   그 아이디어들의 내용도 현실 불가능한, 발칙한 이야기 만은 아닙니다. 요리조리 잘 다듬으면 학교 생활이 변할 수도 있겠더군요.

또 '드림캠퍼스'에 응모된 아이디어 외에도 우리가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만원버스 안에서 앞에 선 사람을 위해 가방을 들어주거나 자신의 목적지를 표시해 카풀을 시도하는 등 교통난을 즐겁고도 정겹게 해결해 볼 수도 있겠죠.

교통문제를 한 학생의 시시콜콜한 투정으로, 서울대 위치상 어쩔 수 없는 문제로만 국한해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캠퍼스 자체에 대한 고민과 연구로, 주위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진전시켜야 합니다. 외국어강의 부족이나, 새로운 캠퍼스 건립 문제보다도 교통난은 생활 속에 깊게 침투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이미 가득 찬 버스 속으로 몸을 구겨 넣으면서 상상해 봅니다. 쾌적하고 편안하며 정감이 넘치는 등굣길을 말입니다. 흐흐, ‘에라이,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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