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지적우월성과 학문에 대한 자부심 줄어들어

11년 전에 고등학교 동창모임에 참석했다. 그 모임에서 한 친구가 “대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해보니, 역시 서울대가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서울대를 졸업하고 언론사 기자로 근무하는데, 자기보다 훨씬 똑똑해 보였다고 한다.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지적인 능력과 정신적인 사고의 우월성이 돋보일 때를 포함한다고 본다. 먼저 지적인 능력의 우월성은 우수한 자질을 갖춘 학생에게 하는 교수들의 질 높은 강의가 큰 역할을 한다. 70년대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명예를 선호하여 서울대에 입학하여 각 분야에서 일류가 되는 것을 보람으로 여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신의 소질이나 학문의 자부심보다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업이 보장되는 학과를 선택하다보니 고등고시를 선호하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과거 10여 년동안 서울대에는 해마다 우수한 교수들이 임용되어 서울대 교수의 자질은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대학 교수와 겨룰 수 있음이 최근의 SCI 논문수와 같은 각종 연구업적 등에서 입증되고 있다. 서울대는 2002년도에 SCI 논문수로 세계 34위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수한 교수들이 국내 사립대나 연구소에 비해 보수에 있어서의 상대적 열악함으로 인해 서울대 교수임용을 포기하기도 하고, 서울대 교수로서의 명예와 경제적인 문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미 5명의 교수가 서울대에서 다른 기관으로 이직을 한 적이 있다. 서울대 학생의 지적인 능력의 우월성이나, 자기가 공부하는 학문에 대한 국내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이나, 서울대 동문이나 서울대 교수로서의 명예에 대한 생각이 적어지는 현실에서 과연 더 이상 “서울대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다음으로 서울대 학생들의 정신적인 우월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국가를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 세계적으로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에서 최고라는 긍지로 우수한 다른 동료 학생들과 함께 강의를 듣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기 생각을 키워가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생각을 키우면서 4년을 지내다 보면 졸업 후 서울대가 아닌 다른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에 비해 자신도 모르게 정신적으로 성장해 있는 모습을 인정받게 되어 “서울대는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의 서울대생들이 이러한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끊임없이 자기 전공에 대해 불안해하며 전과를 생각하거나, 취업이 더 잘된다고 생각하는 학문 분야에 대한 미련으로 방황하는 학생이 많다. 국가나 민족 그리고 개인에 대한 나름대로의 윤리의식이 전에 비해 부족해진 것도 사실인 듯하다.

 

앞으로도 과연 “서울대는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우선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해야 한다. 경제적이나 현실적인 고려가 우선되어 장래가 보장되는 직업을 염두에 두어 우수한 학생들이 타 대학교 법학이나 의학계열을 선택하는 대신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졸업하면 자기분야에서 사회적, 학문적으로 일류라는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질 높은 교육을 해야 한다.

 

또 서울대는 국가적인 미래 인재를 키운다는 전제 하에 교육해야 한다. 사립대나 지방대는 나름대로의 경쟁원리나 시장원리에 따라 교육방침이 바뀔 수 있으나, 서울대는 국가의 앞날을 위해 각 분야의 학문이 고르게 육성되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차별화된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각 분야에 소질있는 우수한 인재들이 소신을 가지고 서울대에 입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대의 강의․연구 시설과 교수들의 능력은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적인 수준을 유지하려면 교수 보수의 현실화도 계속돼야 한다. 우수한 학생과 훌륭한 교수, 그리고 차별화된 인성교육과 동아리 환경, 국제적인 학술 및 문화행사, 직업윤리교육 등이 유지 및 보완된다면 “서울대는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서울대는 세계를 이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조성인 교수 농생대 기획실장 생물자원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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