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우 교수 (공대·재료공학부)


내 나이 올해 50살이다. 한 사람의 수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인생을 약 75년이라고 봤을 때, 나는 약 1/3의 인생을 본교 물리학과 졸업으로, 그 후 1/5의 인생을 미국에서 대학원 석박사 과정, 박사 후 과정, 직장 생활로 바쁘게 지냈다. 97년 말부터는 본교 재료공학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그리고 여러 연구 활동을 수행하면서 약 1/8의 인생이 다시 지나갔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되돌아보면서, 그리고 앞으로 남은 약 1/3의 인생을 계획하면서 효율적인 삶을 사는 것이 비교적 후회 없는 삶을 위한 한 가지 조건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손쉽게 부와 명예를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효율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투자한 유·무형의 자본에 대하여 얼마나 많은 성과를 내느냐가 효율성이라고 정의할 때, 재료공학을 비롯한 공학은 사실 효율성의 향연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재 약 25%인 자동차 내연기관의 효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 중이며, 연료전지(fuel cell) 등의 대체 기관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백열전등은 10%도 되지 않는 에너지 효율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으며, 고효율 발광 소자인 LED가 차세대 조명 장치로 각광받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것 같다. 이혼율, 자살률 등 각종 사회 지표가 세계 여러 나라들 중 수위(首位)를 다투고 있지만, 한국은 세계 여러 경제학자, 미래학자로부터 발전 가능성이 아주 큰 나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반도체, 철강, 조선 등 여러 제조업 분야에서 이미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무한 경쟁 시대인 오늘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에서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가가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느냐, 아니면 3등 국가로 내려앉고 마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것이다. 
삶의 효율은 공학이나 자연 과학에서와 같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없기에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사람들로부터 느끼는 것은, 그들이 비교적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자부심을 느끼면서 편안하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도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 흥미를 갖고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대한민국은 자동으로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

나는 가끔 상상해 본다. 포스코나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이 세계 최고를 다투는 기업이 한국에서 수없이 많이 나오고, 의료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심장 수술하러 대한민국으로 오게 되면 좋으련만. 유능한 인재들이 국제 변호사나 외교관으로 활동해 독도나 동해 문제 등 국제 문제들이 해결되면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행복할까? 시간은 거꾸로 흐를 수 없기에, 순간순간의 판단이 장래를 결정한다. 지우개가 통하지 않는 인생을 앞으로도 계속 흥미를 가지고 가치 있게 살아간다면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러한 과정에서 나의 인생 혹은 교육 효율이 얼마나 좋을지를 간단히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삶의 작은 걸림돌들을 지혜롭게 헤쳐나간다면 나도 모르게 삶의 효율도 높아지지 않을까 한번 생각하게 된다. 결국 삶의 효율도 사람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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