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판 수집가 정철씨

CD가 돌아갈 때 나는 엄청난 속도의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정철씨(지질해양학과ㆍ99년 졸업)는 “CD가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뭔가 조급해지는 느낌이 드는 반면, 턴테이블 위에서 느긋하게 돌아가는 LP판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3천여 장의 LP판을 소장하고 있는 정철씨는 집에 있을 때면 늘 LP판으로 1960~1980년대 록 음악을 듣는다.

그는 “만화책은 침대에 벌러덩 누워 귤을 까먹으며 보는 재미가 있듯이, LP판은 재킷을 감상하고 수고롭게 뒤집어 가며 듣는 재미가 있다”며 LP판으로 음악을 듣는 이유를 설명했다.

“LP판은 하나의 종합 예술이에요. 음원을 담는 음반이기도 하지만 하나의 캔버스 역할을 하죠.” 그가 꼽은 LP판의 가장 큰 매력은 음반 재킷이다. CD 재킷에도 예술작품과 같은 디자인을 넣을 수 있지만 작품의 ‘크기’에서 오는 감동은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실제로 19세기 독일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이 직접 그린 그림 등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여러 LP판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LP판은 한 면이 다 돌아가면 직접 손으로 뒤집어줘야 한다. 그는 “손이 많이 가는 수고로움이 LP판의 또 다른 매력”이라며 “손끝으로 LP판을 들 때의 무게감이 참 좋다”고 말한다. 또 그는 손상되면 아예 쓸 수 없는 씨디나 ‘Delete’키 한 번 누르면 음악이 지워지는 MP3보다, 판이 튀어 소리가 끊기더라도 닦아주면 다시 잘 돌아가는 LP판이 훨씬 인간적이라고 말했다.

▲ 사진: 황귀영 기자
그에게 아날로그 LP판은 교감할 수 있는 친구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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