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돈 벌기 위해 시작, 고수익 올리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
허위광고하는 불법업체 많아, 가입비ㆍ물품구매 요구하면 일단 의심해봐야

 

이현수씨(가명ㆍ선문대ㆍ04)는 평소에 친하지도 않고 교류도 없던 중학교 동창에게 좋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친구의 소개로 들어간 곳은 J모 회사 사무실. 그곳에서 이틀 동안 일명 ‘다단계’라 불리는 네트워크마케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다단계라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월 천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 때문에 바로 판매원으로 가입했고 치약, 칫솔 등의 물건을 그 자리에서 구입했다. 그러나 그는 제품 구입량이 점점 늘기만 할 뿐 수익을 남기지 못해 산 물건들을 모두 반품하려 했으나 회사로부터 거절당했다. 이씨는 금전적 부담에 시달리다 결국 업체를 탈퇴했고 지금은 학교도 휴학한 채 호프집에서 웨이터로 일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들은 다단계 판매의 주요 피해대상이다. 지난해 안티피라미드운동본부(안티본부)에 등록된 779건의 피해 사례 중 52.4%가 20대 대학생이었다. 안티본부 우상록 간사는 “대학생들이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다단계에 뛰어들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최우성 선임간사는 “요즘은 청년실업률이 높아, 청년들이 입사 제약조건이 없는 다단계 업체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학생들은 소개해준 친구에 대한 신뢰 때문에 다단계 판매를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단계 업체 판매원으로 활동할 경우 구매실적 부담이 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고리대출로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위원회 특수거래팀 정창욱 사무관은 “다단계 업체에 가입한 대학생들의 초기 제품구입비는 300~500만원 정도이며, 지방에서 온 대부분의 학생은 합숙비용까지 포함해 천만원이 넘는 돈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들은 보통 친구를 계속 데려오도록 업체로부터 강요받는다”고 덧붙였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은 다단계 업체의 사업설명회 내용에 쉽게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김희정 팀장은 “3~6개월간 학교를 휴학하고 판매원 활동을 하거나 하위라인을 2명만 두면 수익이 평생 보장된다고 광고하는 업체가 많다”며 “다단계 판매로 월 천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이 100만 명 중 7명도 안 되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 내용은 대부분 허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YMCA의 작년 7월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 피해금액은 개인별로 매달 평균 6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단계 업체에서 근무할 경우 회사의 공제조합 등록 여부를 확인할 것과 ▲1만원 이상의 가입비와 가입조건으로 5만원 이상 물품구매를 요구 ▲훼손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 3개월 이내에 환불해 주지 않는 행위 ▲교육ㆍ합숙 강요 등은 모두 불법이므로 공정위나 경찰청에 빨리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적법한 다단계 업체에서 활동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최우성 선임간사는 “지속적으로 판매 수익을 얻으려면 하위 판매원에 대한 끊임없는 독려와 관리가 필요한데, 대학생들이 이를 학업과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상록 간사는 “물건 자체도 반복 구매가 가능하도록 질이 좋아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며 “다단계 판매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지 20여 년이 됐지만 제품의 질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게 거의 없고 가격도 대학생들이 구입하기에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진교 교수(경영학과)는 “판매원이라는 인적 네트워크를 판매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다단계 판매 업체가 피라미드 조직화됐다”며 “대학생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관련 기관의 단속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희정 팀장은 “성공회대에서는 지침서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다단계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고 있으며 성균관대에서는 다단계 관련 강좌를 개설해 이를 수강하면 1학점을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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