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일부 언론은 월드콘, 부라보콘, 메타콘, 구구콘의 희망소비자가격을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7백 원에서 8백 원, 다시 천 원으로 담합 인상한 빙과제조 4개사에 대하여 시정명령하고, 총 46억 3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뉴스를 전했다. 그런데 이 뉴스에 분노를 느끼기도 전에 먼저 의아함이 들었다. 동네 웬만한 큰 슈퍼에는 항상 매직으로 손수 ‘아이스크림 50% 할인’이라고 쓴 종이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린 것도 내린 것도 아니고…….

보통 동종 업체가 소수인 경우에는 기업끼리 함께 가격을 올려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레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담합한다. 서로 불필요한 치열한 경쟁을 피하면서 이익을 얻어 보자는 것이다. 적발되면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고발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위험을 뻔히 알면서도 그들만의 짜고 치는 고스톱은 발각되기 어렵기 때문에 판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 나간다. 우리는 판돈이 왜 올라가는지 모른 채 지갑만 열어댄 꼴이다.

그런데 그들끼리 비밀스럽게 실컷 가격을 올려놓고는, 슈퍼에서 대놓고 50% 할인해서 판다. 소비자를 상대로 이익을 얻고자 가격은 올렸지만 그들끼리의 경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던 것이다. 판매점을 확대하기 위해 가격을 50%까지도 인하해서 납품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렇게 소비자 손에 아이스크림을 싸게 쥐어주게 만들 거면 서로 같이 담합하여 가격을 내려버리는 게 소비자를 위해서도 좋지 아니한가?

하지만 판매점이 가격 인하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슈퍼 주인은 아이스크림 하나 팔아서 얻는 쥐꼬리만한 이익은 눈 딱 감고, ‘아이스크림 50% 할인’이라는 글씨에 현혹될 소비자들에게 침을 흘린다. 아이스크림은 좋은 미끼다. 이왕이면 부담 없이 자주 사먹는 아이스크림을 싸게 파는 슈퍼에 갔다가, 다른 물건도 함께 구입하는 것이 소비자의 심리다. 라면 할인이 한참 눈에 많이 띄는 것도 마찬가지 효과를 노린 것일 게다. 한 슈퍼가 가격을 할인하면 다른 슈퍼도 눈물을 머금고 할인이라는 글씨를 꾹꾹 눌러써야 한다.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두 스스로 자기 몸을 옭아매는 꼴이다.

납품가가 제조원가와 같으면 답함으로 인해 취해야 할 폭리는 존재하지 않게 되는데, 과연 아이스크림 회사는 어디서 수익을 내는 것일까? 아이스크림 담합에 대해 침묵을 지키거나 속삭이기만 한 일부 언론사는 후에 아이스크림 광고를 실을 지면을 비축하기 위해 미리 지면을 아낀 듯하다.

문자메시지 원가가 2.5원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그나마 아이스크림이나 메시지 등은 단가가 낮다. 정작 우리에게 큰 부담을 주는 자들이 할인 전략을 썼으면 한다. 일제히 등록금을 올린 모든 대학들이 ‘등록금 50% 할인’이라는 손수 쓴 현수막을 내붙이며 우리를 유혹하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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