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세계 근현대사를 쟁점별로 짚어낸 책이 나왔다. 『교양인을 위한 세계사』는 세계대전과 프랑스혁명 등 정치사를 비롯해 영화·패션 등의 문화사, 그리고 자연사, 과학사까지 포함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세계사를 한국적인 시각에서 분석했다.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68혁명을 꼽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68혁명은 정치·경제 체제를 바꾸진 못했지만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설명이다. 68혁명은 ‘상상력에게 권력을’이란 구호로 기존의 권위주의적 질서에 저항한 전 세계적 사회운동이다. 이후 거리에서 남녀가 키스해도 경찰이 호각을 불지 않았고 노동자들의 경영참여가 허용됐다. 저자는 “68혁명이 여성·환경·평화 운동의 새 지평을 여는 출발점이 됐다”고 해석한다.

저자 김윤태 교수(건양대·교양학부)는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늘어놓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역사를 풀어나갔다”고 설명했다. 산업혁명은 왜 중국이 아니라 유럽에서 일어났는가, 소련은 왜 붕괴했는가, 서양에서 외면한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왜 인기를 누리고 있는가 등의 질문과 이에 대한 해답이 이어진다. “역사는 상상력과 통찰력을 발휘하는 학문”이라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아파트 인기의 해답을 찾기 위해 저자는 모더니즘 건축 양식의 탄생과 발전과정을 되짚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낭만주의 건축양식은 사라져갔고 도시로 몰려드는 인구를 수용할 공간이 필요했다. 이에 합리성이 강조된 아파트 형식의 모더니즘 건축양식이 등장해 세계로 확산됐다. 하지만 30년이 지나면 수리나 철거를 해야했고 결국 모더니즘 건축은 실패를 맛보게 된다. 이런 실패에도 아파트가 한국에서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저자는 ▲급속한 도시화로 단독 주택이 비싸졌고 ▲중산층이 정원보다는 거주의 편리함을 선호하며 ▲전통적 양반 문화가 해체되면서 정원 있는 주택은 동경의 대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또 환경운동과 생태학을 테마로 다룬 장에서 저자는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주중 2일씩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고 값싸고 빠른 대중교통을 갖추는 등의 노력으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를 성공적으로 만든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사례를 들며 “더 많은 고속도로와 지하철을 만들기를 원하는 한국사회의 요구는 도시를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든다”며 “한국은 차량과 도로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양인을 위한 세계사』는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시각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세계사를 통찰하고자 한 책으로, 이러한 질문을 풀어내려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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