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 정책이 고등교육의 암초”라는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이 도화선이 돼 3불 정책의 존폐가 전국적인 쟁점으로 비화됐다. 공교육 정상화, 다양한 인재들의 양성,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목표에 비춰 3불 정책 각각의 공·과를 평가한 후 어떻게 정책별로 보완할 것인지, 어떤 점들을 유지하고 폐지할 것인지를 놓고 대학, 교육부 및 학생·학부모, 전문가를 아우르는 공공적 논의가 필요한데도, 정치적·경제적·계층적 이해관계에 따라 소모적인 이분법적 대립이 계속되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본고사 금지’는 수험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이고 사교육 시장의 범람을 억제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제한하고 학력저하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학문의 성격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가령 과학기술분야에서 학력저하가 현저하다면 대학은 해당분야에서 본고사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우수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이공계를 제외한 분야들에서는 다양한 인재들이 입학할 수 있는 다원적인 통로를 제공하는 입시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서울대는 28일 발표한 ‘장기발전계획’에서 일괄적 본고사 부활이 아니라 대학의 자율성을 살려서, 사회적 약자층을 위한 계층균형선발을 포함해 다양한 재능을 평가하는 복합적인 입시정책을 발표했는데도 ‘3불 정책’에 대한 이분법적 찬반양론에 밀려 사회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고교등급제 금지’는 가혹한 입시전쟁을 완화했지만, 특목고 학생들과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이 내신점수에서 불리하다거나, 가난하지만 우수한 지방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재능을 펼칠 기회를 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내신의 불리함을 만회할 만한 다양한 평가기준을 도입하고, ‘장기발전계획’에서 제시한 ‘관악 장학 프로그램’과 같은 제도를 활용해 가난하지만 재능있고 성실한 학생들을 적절하게 평가·선발하는 입시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고교등급제의 장점과 폐해를 엄밀하게 비교, 분석한다면 고교등급제에 대한 기본방향이 잡힐 것이다.

대학에 ‘기여’한 대가로 입학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충분한 대학재정을 확충하고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게 하자는 논리를 담은 이른바 ‘기여입학제’와 관련해서는 그 도입의 전제조건은 무엇인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도입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학은 먼저  재정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되도록 진지하고도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책도입의 역사적 맥락, 근본취지와 성공조건, 유지와 폐지가 낳을 득실을 치밀하게 따져보기 전에 지금처럼 3불 정책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아 일괄적으로 평가해 폐지하자는 주장은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3불에 앞서 선결돼야 할 문제는 대학의 자율성이다. 대학에 관한 문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그토록 걱정하는 사회적 평등의 원리와 세계적 수준으로의 도약과 같은 과제를 대학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3불 정책을 둘러싼 논쟁의 도화선 역할을 한 만큼, 서울대는 이 정책에 대한 이분법적 논조에 새로운 내용과 방향을 제시해 생산적 논의로 나아가게 할 책무가 있다. 다행히 서울대 본부는 그 책임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