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 산업화 논란,“의료는 시장에만 맡기기엔 특수한 업종”

의료법 개정 입법예고기간이 지난달 25일로 끝나고 정부가 본격적인 의료법 개정절차를 밟기 시작함에 따라 의료산업화에 대한 세간의 우려가 높다. 이에 『대학신문』은 이번 개정안 중 의료산업화와 밀접히 관련되는 몇몇 조항에 대해 분석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 허용=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형병원 안에 여러 의원이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이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상윤 사무국장은 “소규모 동네의원→일반병원→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이어지는 3차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는 “환자들이 실력이 좋은 의원을 데리고 있는 종합병원으로 너도나도 가려 할 것”이라며 “그 결과 소규모 동네의원들이 다 망하고 나면 의료비가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 류성원 선임주사는 “고가의 의료장비를 의원과 병원이 공동으로 이용하고, 의원-병원 간 병원경영ㆍ임상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의료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환자들로서는 이중진료의 위험을 피하는 동시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부대사업 범위확대=개정안이 마련되면서 병원은 커피숍, 찜질방과 같은 부대사업을 병원건물 내에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상윤 사무국장은 “수익창출이 쉬워진 병원 측은 수익성이 낮은 MRI촬영(영상의료학), 진단검사의학 등의 과를 폐쇄ㆍ외주화할 것”이라 지적했다. 또 그는 “이로 인해 특히 지방 시민들은 MRI촬영 한 번 하기 위해 몇 시간 거리의 대형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며, 많은 의료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정책단 곽명석 사무관은 “교통수단이 많이 발달한 현대 도시에 사는 시민들이 약간 더 먼 거리의 병원에 간다고 많이 불편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또한 “내과ㆍ외과ㆍ소아과ㆍ산부인과의 4개 의료업은 필수진료항목이기 때문에 일부 과가 폐쇄되더라도 환자에게 심각한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의료법인의 인수ㆍ합병 허용=개정안에 따르면 시ㆍ도지사뿐 아니라 시장, 군수, 구청장도 병원 간 인수ㆍ합병을 인가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가 단순화됐다. 이 조항에 대한 반대 측 논리는 ‘사실상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인정하는 조치’라는 것이 골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주호 정책실장은 “동네에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서면서 수백 개의 슈퍼마켓이 문을 닫지 않았는가?”라며 “대형의료자본이 주변의 중소병원을 인수ㆍ합병해 특정지역에서 독점적 위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적대적 인수ㆍ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경영지원회사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 성익제 사무총장은 “현행 제도에서 민간인이 자기 병원을 매각하려면 수년간 각종 등록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 사이에 발생할 병원 내 장비와 시설의 낙후문제, 노동자들의 실업문제 등이 오히려 심각한 문제”라며 “인수ㆍ합병 절차가 간단해야 동네 병원이 망하더라도 빠른 시일 안에 새 의사가 들어와 주민들을 진료하게 돼 국민들이 덜 불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의료광고 범위 확대 ▲비급여비용에 대한 가격계약의 경우 유인ㆍ알선 허용(의료보험 비급여 비용에 대해 보험사와 병원이 합의해 가격을 정할 수 있다는 규정) 등이 의료산업화를 초래할 규정으로 꼽힌다. 이주호 정책실장은 “의료업은 공급자가 수요자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구조”라며 “의료산업화는 결국 공공성 저하와 연결된다는 점을 잊지 마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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