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과징금, 소비자 피해액보다 적어.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으로 담합 꿈도 못 꾸게 해야

지난 8일(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00년부터 3년간 네 차례에 걸쳐 합성고무의 가격을 담합한 금호석유화학과 씨텍에 과징금 57억원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는 현재 국내 타이어용 합성고무 판매시장의 90.9%를 점유하고 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단 오행록 사무관은 “합성고무의 값이 3년 동안 최대 18% 인상돼 타이어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 그래픽: 황귀영 기자

 

최근 담합 적발 사례가 늘고 있다. 공정위의 집중조사 탓이다. 올해 공정위에 적발돼 과징금을 부여받은 담합행위 상품은 합성수지, 정유, 아이스크림 등 생산재와 소비재를 가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2월에 적발된 SK등 정유4사의 담합행위는 공정위로부터 52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소비자 피해액은 2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터무니없이 적은 과징금=기업들은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측도 “네 차례가 아니라 한 차례만 담합했을 뿐인데 과징금이 너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과징금은 소비자 피해액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05년 이후 공정위의 담합 적발 사례 중 소비자 피해 추정액이 발표된 9개의 사건의 경우 피해액은 3조8480억원인데 과징금은 피해액의 7.7% 수준인 2960억원에 그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 공정거래법은 현재 담합 과징금을 적발 상품 매출액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휘발유를 통해 3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기업은 많아야 3백억원의 벌금을 낸다는 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 김건호 부장은 “담합이 적발되더라도 담합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보다 과징금이 터무니없이 적어 결국 담합을 일상화하는 경제적 유인이 제공되고 있는 셈”이라며 “과징금의 상한선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담합 기업에 적발 상품이 아닌, 기업 전체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1999년에는 당시 비타민 생산 분야에서 전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스위스 제약회사 ‘호프만라로슈’가 1조 4500억원의 과징금을 내고 결국 비타민 사업에서 철수한 일도 있었다.

◆검찰고발도 제대로 안 돼= 공정위가 1981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해 제재한 담합사건 571건 중 검찰에 고발된 경우는 4.4%인 25건뿐이다. 대부분 과징금 부과에서 처벌이 끝나는 것이다. 오행록 사무관은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할 뿐 관련 물품 가격을 낮추도록 법적으로 압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합성고무 담합 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검찰고발도 불가능하다.

또한 검찰에 고발되더라도 담합을 주도한 기업의 간부가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다. 김건호 부장은 “미국은 지난해 말 담합을 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고위급 임원 7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피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보상 없어=담합행위로 해당 제품 소비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봐도 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부족하다. 물론 공정위가 포착한 위법사실을 기초 증거로 소비자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2005년 교복 담합사건의 경우 3500여 명의 학부모들이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해 교복 가격의 80%인 2억여 원을 배상받은 적은 있지만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주장한다. 집단소송제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피해보상을 주는 것으로, 현재 증권관련 분야로 제한돼 있는데 이를 공정거래법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선구 교수(경제학부)는 “담합으로 얻는 이득의 몇 배수까지 손해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기대손실이 기대수익보다 커질 때 비로소 시장의 질서가 바로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소비자에게 피해액의 두 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상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 최소연 연구원은 “담합행위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보장되지 않은 채 소비자들의 집단소송권만 인정할 경우, 기업은 앙심을 품은 소비자들을 견제하기 어렵고 그에 따른 대응비용도 높아져 결국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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