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세계와의 연대, 이제는 힘들지 않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상식에 ‘태클을 거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대안기업 혹은 사회적 기업이다.  이들의 목표는 환경보호, 고용증대와 같은 사회적 가치다. 남는 이윤도 이 같은 가치를 실현하는 데 쓸 정도다.
기부금과 낮은 인건비에 의존하는 사회운동의 대안으로도 거론되는 대안기업. 『대학신문』은 3회에 걸쳐 이들 기업을 소개한다.

보통 대안기업이라 하면 공정무역이 첫 손에 꼽힌다. 이윤을 내면서도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대안기업의 정의에 가장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상품에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하자는 것
현재 한국에 4개 단체 활동 중

◆공정무역이란?=소비자가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물건을 구입하자는 윤리적 소비운동이자, 양극화와 같은 자유무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풀뿌리 사회운동이다. 여기서 정당한 가격이란 단순한 시장가격이 아닌 생산자의 노동조건 및 생활수준 등을 반영한 가격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공정무역이 세계화 시대에 날로 심화되는 빈곤을 감소시키는 대안이라고 말한다. 여성환경연대 이미영 대표도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회적인 구호물자보다, 공정무역과 같은 방식을 통해 적정한 근로수당을 꾸준히 제공받는 일자리”라고 말했다.

◆제3세계 가난탈출 도울 수 있어=공정무역의 대표상품은 커피다. 커피산업에는 전 세계 50개국 약 2천만 명의 농부와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부들은 중간거래인과 수출업자에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커피를 넘기며 자신들의 이익을 착취당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이행순 간사는 그들의 실정에 대해 “하루 10시간 넘게 일하고 고작 2천원 남짓 받아 하루 세 끼 챙겨 먹기도 힘들 지경”이라고 전했다. 국제빈민구호기구 ‘옥스팜’도 2005년 보고서에서 “다국적 기업이 생산과 유통, 가격까지 결정하는 현재의 왜곡된 무역구조에서 개발도상국이 얻는 이익 비율을 1%만 올려도 세계 1억2800만명의 사람들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커피는 소비자들의 손에 도달하기까지 수출업자, 수입업자, 가공업체, 소매상 등 많은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친다. 공정무역의 경우 현지 생활협동조합이 국내 단체와 직거래해 중간 유통단계를 크게 줄였다. 또 일반무역에서는 커피원두 1kg을 1~2달러에 사는 데 비해 공정무역을 통해서는 3.45달러로 구매해 농부에게 돌아가는 몫이 두세 배 많다.

◆질 좋고 안전한 상품=공정무역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비교적 높은 품질을 꼽을 수 있다. 커피의 경우, 공정무역 상품은 유기농으로 재배되며 재래식 가공과정을 거친다. 현재 한국에 들어오는 공정무역 상품은 모두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들이다.

두레생활협동조합의 자회사 (주)에이피넷의 정성미 운영위원은 “아직 많은 소비자는 싸다는 이유로 다국적기업의 상품을 산다”며 “하지만 다국적기업의 상품은 대부분 화학농약과 비료를 이용해 대량생산한 것으로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공정무역은?=현재 한국에서는 4개의 단체가 공정무역을 하고 있다. 그 선두 격인 아름다운가게는 지난해부터 네팔산 커피 원두를 ‘히말라야의 선물’이란 브랜드로 팔고 있다. 히말라야의 선물은 1년 동안 1억2천만원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4g짜리 커피 열두 팩에 5천원으로 가격도 크게 비싼 편이 아니다. 이행순 간사는  “앞으로 네팔 외에도 제2, 제3의 원산지도 꾸준히 개발해 공정무역 원두커피의 판매력을 올리고, 초콜릿, 홍차 등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환경연대는 올해 1월부터 온라인가게 ‘희망무역’을 차려 네팔과 인도 등지에서 들여온, 유기농 섬유로 만든 옷과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네팔, 인도, 캄보디아, 베트남 등지에서 희망무역이 수입하는 의류, 생활 소품 등은 온라인가게를 통해 한 달 평균 100여 건이 거래된다. 이미영 대표는 “상품 출시와 동시에 매진되는 등 소비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밝혔다.


두레생활협동조합도 필리핀의 설탕과 팔레스타인의 올리브유를 공정무역으로 수입해 설탕 500g 2천원, 올리브유 250g 6천원으로 회원들에게 공급한다. 이밖에 YMCA도 동티모르로부터 ‘평화커피’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이행순 간사는 “결국 소비자들은 품질로 상품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커피 품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며 “이와 더불어 공정무역은 도덕적ㆍ인간적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매출액이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배상필 상담역은 “아직 대부분의 공정무역 제품은 자선의 의미가 강하다”며 “앞으로는 기업에 지속가능한 수입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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