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환(경상대 교수ㆍ경제학)

▲ 필자: 장상환 교수(경상대 경제학부)

세계화, 소득분배 감소시키고 빈곤층에 도움 못 돼

한ㆍ미FTA의 영향을 두고 벌어지는 가장 큰 쟁점은 한ㆍ미FTA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인가라는 점이다.
청와대는 개방과 한ㆍ미FTA에 의한 양극화 심화를 부정한다.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개방 그 자체보다도 외환위기 이후의 자영업ㆍ서비스업의 경쟁 심화와 정보화ㆍ세계화에 따른 대기업ㆍ고학력 노동자와 저학력ㆍ중소기업 노동자의 소득격차 확대 등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양극화 문제의 해답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등 전 산업분야에 걸친 일자리 확충에 있다. 이런 점에서 고용창출의 기회인 한ㆍ미FTA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극화를 해소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한ㆍ미FTA는 양극화 해소의 기회”, 청와대 정책브리핑, 2007. 4. 12). 삼성경제연구소도 4월 5일 발표한 보고서, ‘한ㆍ미FTA 협상 타결과 한국경제의 미래’에서 “글로벌 경쟁 환경 하에서 양극화에 대한 현실적 대안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며, 한ㆍ미FTA는 단기적으로는 기업 퇴출과 실업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촉진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양극화 문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러한지 따져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세계화, 즉 상품과 자본 및 서비스의 국가 간 이동의 증가는 소득분배를 악화시킨다. 세계은행의 소득 및 소비자료에 근거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 소비 증가의 절반은 부유국가 국민에게 집중되었다. 중국의 최빈곤층이 감소했을 뿐 세계 빈곤층의 소비는 세계 소비증가율의 절반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성장은 빈곤층에 도움이 되었으나 부자들에게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이다.

세계화가 소득분배를 악화시킴으로써 빈곤 감소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과 상품 및 서비스는 국가 간 이동성이 높은 데 비해 노동력, 그중에서도 비숙련 노동은 국가 간 이동성이 낮다. 또 기술진보는 일반적으로 자본과 기술집약적 혁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국가의 노동자들, 특히 신기술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맹자와 비숙련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은 미미하게 증가하거나 감소하게 된다. 실증연구결과에 의하면 제조업 상품 수출의 경우에는 소득분배가 개선될 수 있지만 1차 산업 제품 수출을 중심으로 할 경우에는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투자는 대부분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세계화는 시장 통합에 따라 경제적 불안정을 높이게 되고 이것은 특히 빈곤층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여기에다 제도적 환경도 중요하다. 자본과 노동간의 힘의 관계, 국가의 정책지향 등에 따라 세계화가 소득분배 불평등을 초래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자본시장 개방에 따라 외국인투자가 주식시장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에 이르렀다. 또 외국인 자본이 국내 재벌과 연합함으로써 중소자본과 노동에 대한 지배력을 높였고 그 결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감소가 일어난 것이다. 참여정부에 들어와 양극화 심화는 그래프-1에서 보듯이 명백하다. 

그런데 보수적 입장의 성장우선론자들은 “양극화가 되더라도 하위계층의 절대적인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그것으로 지금보다 더 많은 경제적 편익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편다. 과연 플러스 경제성장을 통해서 하위계층의 생활도 나아졌을까.

그래프-2에서 보듯이 한국은 최근 꾸준히 플러스 실질성장을 해왔지만 하위계층의 실질소득은 감소한 때도 있다. 도시근로자 가운데 하위 20%의 실질가처분소득(실질소득-비소비지출)은 2003년 2.1% 줄어들었고 이어 2004년에는 2.2%, 2005년 1분기(1∼3월)와 2분기(4∼6월)에도 0.3%씩 계속 감소했다. 이는 저소득층의 생활이 더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하기만 하면 하위 계층에게도 온기가 돌아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셈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소득재분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정부에 의한 소득재분배 정도가 6.6%로 30% 내외인 유럽국가에 비하면 너무나 미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ㆍ미FTA로 개방이 확대되면 양극화가 심화되고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우파 성장 지상론자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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