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조장연 기자

문화, 정치, 이념 등 우리는 삶의 어느 곳에서든 ‘포스트모던’이라는 단어와 마주하게 된다. ‘근대-모던’을 과거의 것으로 만들어버린 ‘포스트모더니즘’은 현대인의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다 줄수 있을까?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이진경 등 11명의 연구자가 펴낸 『문화정치학의 영토들』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희망을 담아 ‘문화적 사회구성체’의 여러 측면을 바라본다. 필자들은 ‘문화복제와 생명복제’, ‘섹슈얼리티: 이성애주의와 퀴어 정치학’ 등 17개의 현대문화 영토를 종횡무진하며 자본주의와 현대문화를 짚어보고 오늘날 여전히 존재하는 근대적인 문화 요소 및 근대의 이념적 경계들을 살펴본다.

저자들은 “시·공간적 형식, 집단적 기억과 역사의 문제, 시선의 체제에서 근대성과 근대 경계의 이념들은 포스트모던이라 불리는 현대사회에서도 우리의 감각과 사유를 사로잡은 채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근대와의 공존 속에서 현대인들은 옷을 잔뜩 갖고 있어도 계절마다 유행에 맞는 옷을 장만하고, 자동차 할부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신형모델로 갈아타는 소비의 마법에 걸려있다. 또 현대는 9·11 테러도 미디어를 통해 스펙터클이 되고 부를 위해 생명마저 복제하고 변형하는 시대다. 구글어스(Google earth)에 접속해 평양 시내 곳곳을 볼 수 있고 CCTV 등 다양한 전자장비에 의해 감시하고 통제 받는 사회이기도 하다.

서구의 지배와 분리할 수 없는 근대가 저무는 오늘날, 『문화정치학의 영토들』은 낡은 근대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공산주의·공동체주의와 구분되는 ‘코뮨주의’를 제시한다. 저자들은 “좀더 나은 삶, 상생하는 삶에 대한 욕망과 꿈을 지향하는 것이 코뮨주의”라고 말한다. 『문화정치학의 영토들』은 코뮨주의를 통해 현대문화를 대중에 의한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만들어가자는 희망을 제시해 단순한 현대문화론 강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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