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장소연, '서대문 형무소 앞에서' (Contax Aria 기종, F5.5, 1/125")  ② 이태호 교수(농경제사회학부), '시선2' (Olympus 기종) ③ 이태호 교수, '방황' (Pentax 기종, F5.5, 1/125") ④ 장소연, '셀프카메라' (Leica R7 기종, F5.0)  ⑤ 김관희, 'The Voice of Nature', (Rolleiflex 2.8F 기종, F5.6, 1/125") ⑥ 이태호 교수, '시선1' (Nikon  기종)

사진을 찍는 것은 소유욕을 충족하고자 하는 본능이다.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피사체는 사진가에게 잡힌다. 미국의 사진작가 다이안 아버스(Diane Arbus)는 “사진을 찍는것은 못된 짓”이라고 규정하며 “사진은 물리적인 폭력을 동반하지는 않지만 대상을 범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디지털카메라(디카)나 필름카메라(필카)나 못된 짓을 하기는 마찬가지지만, 대상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라이카(Leica) R7’기종을 애용하는 장소연씨(서양화과·07년 졸업)는 “필카를 사용할 때는 대상을 컷마다 신중하게 대한다”고 했다. 서지영 강사(디자인학부)는 “디카는 이미지 삭제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필카에서 필름을 잘라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필카로 찍은 사진은 대상에 진지하게 접근했기 때문에 무게감이 있다”고 말했다. 대상에 대한 전력투구의 흔적, 그것이 바로 필카로 찍은 작품을 바라볼 때 경험하는 의미심장한 긴장감의 정체다.

필카 사용자들이 말하는 필카의 매력은 사진이 현상 과정과 필름 크기에 따라 제각각 달라지는 ‘손맛’이다. 서지영씨는 “디카는 정확한 시간 단위로 날카롭게 빛을 끊어버리는 찰나의 속도전으로 사진을 찍지만, 필카는 시간을 한 겹씩 쌓아 찍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필카는 디카보다 비교적 셔터속도가 느리고, 인화할 때는 은( Z) 염료가 도포된 인화지에 광선을 쪼여주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때문에 디카의 화소는 인화될 때도 찍힐 때와 마찬가지로 규칙적인 사각형 모양으로 배열돼 있지만, 필카의 입자는 현상 과정에 따라 삼각형·육각형 등 불규칙한 형태로 배열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입자의 모양과 크기, 배열 정도가 색감을 결정한다.

필카는 다양한 크기의 필름을 사용하므로 화질을 선택할 수 있다. 필름의 크기가 클수록 대상을 나타내는 입자의 절대 수가 많아지므로 화질이 선명하다. 중형 필카인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2.8F’를 사용하는 김관희씨(디자인학부·조교)는 “대부분 35mm의 필름만 생각하고 그 화질을 디카와 비교하는데, 중형카메라는 120mm, 대형으로 가면 4inch×5inch 혹은 8inch×10inch의 필름을 사용한다. 이들 필름의 화질은 디카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선명하다”고 말한다.

49동 지하 사진 스튜디오에서 김관희씨가 타치하라8"×10" 카메라(중형 필름카메라)를 이용하여 벨비아50 필름에 찍은 현상물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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