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학제개편안에 많은 학생들 반발··· 본부 측의 근시안적, 비민주적 행태 비판받아

▲ 7일(월) 개교 101주년 기념띠가 둘러진 동국대 명신관 앞에서 본부 학제개편안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시위하고 있다. 사진: 황귀영 기자
지난 7일(월) 개교 101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동국대에서는 대학본부의 학과편제 및 정원조정안(학제개편안)을 규탄하는 대규모 학생 시위가 벌어졌다. 행사장 앞에 진을 친 150여 명의 인문·사회대 학생들은 기념행사를 마치고 나오는 오영교 총장 및 본부 주요 인사들을 향해 “비민주적 폐과결정 철회하라”, “대학을 기업 논리로 운영하지 마라”는 구호를 외치며 학제개편안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문제의 학제개편안은 ▲독어독문학과·북한학과 폐지 ▲철학과·윤리학과 통합 ▲4학년 2학기에 전공을 결정하는 트랙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의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 사업에 동국대가 선정되면서 정원 감축 방안으로 기획된 것이다. 동국대는 3년간 입학정원을 500여 명 줄이는 대신 정부로부터 87억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돼 있다.

동국대 학생 및 교수들은 본부의 학제개편안이 비계획적·비민주적인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독어독문학과 학생회장 김영우씨(02)는 “본부는 지난 7년간 ‘학과제→학부제→학과제→폐지’로 이어지는 어지러운 구조개편을 진행해왔다”며 “폐과가 결정되면 학생들, 특히 07학번들은 학사 과정에서 큰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어독문학과 황혜인 교수는 “본부는 이번 학제개편안을 기획하면서 학생·교수들과 아무런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이번 개편안은 본부의 강압적이고 비민주적인 운영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신문』은 학교 측의 입장을 듣고자 학사지원본부와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답변만 들었다.

이런 학교-학생 간 마찰은 비단 동국대뿐 아니라 중앙대, 경원대 등 구조개편을 진행한 여타 대학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등교육 전문가들은 구조개편의 심각성에 비해 그 실행방법이 너무 안일했다고 지적한다. 이종재 교수(교육학과)는 “본부 위주의 하향식 개편, 방향성 없는 단기 구조개혁은 구성원의 반발을 불러올 뿐”이라며 “이 같은 구조개혁이 계속된다면 해당 학교는 교수, 학생 등 현재 구성원뿐 아니라 잠재적 구성원인 신입생으로부터도 외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부권 교수(동국대·교육학과)는 “다분히 외부 과시적인 ‘구조개편을 위한 구조개편’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로 순수·비인기학문이 통합·폐지의 대상이 되는 경향도 심각한 문제다. 이성백 교수(서울시립대·철학과)는 “재정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하는 사립대에 기초학문을 보호하라고 강요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가 경쟁력의 기본 바탕인 기초학문을 저버리는 세태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임재홍 교수(영남대·법학과) 역시 “대학이 연구자 육성 기관에서 기업의 인재 양성소로 변질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를 방관·조장하지 말고 기초학문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국립대와 사립대의 기능을 이원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학교육협의회 정책연구부 백정하 부장은 “상대적으로 재정 부담이 적은 국립대가 순수학문을 보호하고, 사립대는 실용학문을 연구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박거용 교수(상명대·영어교육학과) 역시 “모든 대학이 백화점 식으로 학과를 유지하기보다는 국립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에서 집중적으로 순수학문을 육성·보호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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