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용 마련 위해 무리한 아르바이트 나서기도
학업에 소홀해 성적 하락 … 장학금도 받지 못해
방값 아끼려고 청주-서울 왕복 5시간 통학하기도

매년 수많은 지방 학생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다. 그러나 대다수 지방 학생들이 생활비가 많이 들어 서울 생활을 힘들어하고 있다. 이들의 한 달 생활비는 얼마나 될까.
 
서울대 등 서울 시내 6개 대학(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대·한양대)의 학생 145명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지방 학생의 한 달 생활비는 평균 73만 2천원이다. 식비·의류비·여가비 등을 포함하는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거주비(집·방값)다.

최근에는 캠퍼스 주위 집값이 상업화·재개발 등 외부 요인으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대입구역(입구역) 주변에 상업단지 ‘에그옐로우’가 들어서고 주상복합 ‘디오슈페리움’이 완공을 앞두면서 입구역 일대 거주비는 지난해에 비해 월세는 10만원 이상, 전세 보증금은 천만원 가량 상승했다.

다른 대학가 사정도 비슷하다. 한양대 왕십리역 주변에는 현재 재개발로 상업단지들이 들어서고 있어 월세가 10만원 정도 올랐다. 지난해 11월에는 고려대 정문 일대의 재개발을 주장하는 재개발추진위원회가 재개발 심사를 동대문구청에 신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학생들은 아파트 재개발이 추진되면 학교 주변의 하숙·자취방 값이 크게 오를 것을 우려해 ‘고대 앞 아파트 재개발 반대 학생모임’을 구성하기도 했다.



부동산프라자 대표 임대성씨는 “상업화·재개발이란 요인 외에도 높은 청년실업률로 학생들이 대학가 주변 집(방)을 떠나지 않아 수요가 많다”며 “수요가 줄지 않기 때문에 월세 가격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꾸준한 집값 상승에 학생들과 학부모의 부담도 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주거비용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학업과 무리하게 병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훈진씨(가명·통계학과·03)는 기숙사에 입사하지 못해 지난 3월 입구역 근처에 싼 가격의 자취방을 구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생활비를 전적으로 책임지다 보니 보증금이 많은 방은 엄두도 못냈다. 방은 보증금 100만원, 월세 15만원으로 2평이 채 안된다. 이훈진씨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과외도 2개씩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학업에 소홀해진다”며 “학점이 낮아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따라서 다시 아르바이트에 매달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대학가 집값이 오르면서 원하는 주거 환경을 선택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다. 녹두(신림 2동·9동 일대)에서 매달 28만원(보증금 없음)을 내고 생활하는 강민정씨(사회교육과·04)는 “깨끗하고 안락한 원룸에 살고 싶지만 가격이 비싸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낙성대역 주변에 있는 뉴월드 부동산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주거 환경보다는 주로 가격에 맞춰 집을 고른다”고 설명했다.

한편 생활비를 부모에게 의존하는 대학생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명훈씨(가명·경영대·03)는 “월세 36만원과 용돈 55만원 등 모든 생활비를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다”며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이 죄송하지만 학업에 전념하고 싶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학생들이 57%나 된다. 이로 인해 부모들의 중등 교육 시절 사교육비 부담이 이제는 거주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자녀가 서울대 인문대에 입학한 이희애씨는 “매달 나가는 방값과 용돈 등을 계산해 보면 고등학교 때 사교육에 지출된 금액과 비슷하다”며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것을 원치 않아 전적으로 지원해주다 보니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희애씨 가계의 생활비 중 자녀의 집값과 용돈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나 된다.

높은 거주비가 부담스러워 결국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구경모씨(가명·부산대)는 서울 유학 비용이 부담돼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지방 대학을 선택했다. 서울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박희석씨(경북대·신문방송학과·01)는 매일 친척이 거주하는 청주에서 서울대까지 통학한다. 박희석씨는 “서울 의 월세가 부담된다”며 “차라리 왕복하는 교통비가 싸다고 생각해 불편해도 통학을 한다”고 말했다.

매년 치솟는 등록금과 꾸준히 오르는 주거 비용… 지방 출신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시급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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