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동(인류학과·01)

1708호 5월 21일자 1면 ‘서울대 행정은 권위적’ 기사를 읽고

 

이번 ‘서울대 행정서비스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서 당연한 귀결이라 느꼈다.  서울대생의 절반이 “서울대 행정은 권위적이다”라고 응답했다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다. 본부가 이렇게 뻔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해 설문조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아할 정도다. 조금 냉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리고 같은 캠퍼스 안에서 한솥밥 먹는 직원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서울대 행정서비스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직원들이 바라보는 학생은 어떤 존재일까? 관리돼야 할 ‘어린애’들일까? 규정도 잘 모르면서 이것저것 해 달라는 귀찮은 ‘민원인’들일까? 지금까지 서울대에 머물며 겪은 경험을 돌이켜 볼 때 서울대 직원들은 학생들을 같은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우해 주고 있지 않다. 그러니 학생들도 직원들을 같은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직원들이 자신을 ‘위’에서 강압적으로 불성실하게 대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학생은 ‘고객’인데 손님을 잘 모셔야 할 직원들이 왜 이리 불친절하느냐는 반발감마저 생기게 됐다.

정운찬 전 총장은 “서울대가 세계 명문대와 비교하면 직원 수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인원이 일을 하려면 업무 부담이 많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학생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학생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방법은 있다. 그러나 현재 본부 직원들은 학생이 필요한 서류가 있어 찾아가 문의할 때면 거의 대부분은 말을 듣자마자 대뜸 퉁명스럽게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도와주려는 자세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죄송하지만 문의하신 내용은 불가능할 것 같네요”라는 답변을 들으면 최소한 감정을 상할 일은 없을 것이다.

진정으로 옳은 직원과 학생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직원들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해 주고, 학생들은 직원들의 도움으로 원활한 학교생활을 하면서 직원 분들을 존중해주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지금처럼 권위적이고 수동적인 직원의 모습은 옳지 않지만 그렇다고 학생이 고객으로서 대접받고 직원이 일방적으로 봉사만 하는 모습도 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권위적인 직원들에 대한 반발로 학생은 고객이고 손님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학생들을 같은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성심성의껏 도와주려는 직원들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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