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 환경에 헌신하는 ‘침팬지의 어머니’

▲ © 양준명 기자
50여 년간 탄자니아 곰비에서 야생 침팬지를 연구해 온 동물행동학자 제인 구달 박사가 지난 주 방한했다. 이에 『대학신문』은 서울 힐튼 호텔에서 구달 박사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그의 침팬지 연구와 환경 운동에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침팬지 연구를 통해 인간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 있는가?

우선 인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침팬지 연구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침팬지 연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물론 침팬지 연구를 통해 인간 사회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얻은 측면이 많다. 예컨대 침팬지 새끼에게 어미와 양육환경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통해 인간 어린이들의 난폭한 행동이 다양한 양육상 문제에 의한 것임을 유추했으며, 인간의 폭력성이나 형제애 등 여러 성향이 침팬지와 동일한 유인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임을 알게 됐다.

 

 

●침팬지를 포획해 연구할 때와 야생 서식지에서 연구할 때의 차이점을 든다면?

포획상태와 야생상태의 환경은 매우 다르다. 포획상태의 침팬지에게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침팬지가 매우 적고, 적대행위에서 패했을 경우 도주의 기회도 없으며, 개체의 독립적 활동이 제한된다. 또 연구자가 다양한 자극을 인공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한 지루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환경차로 인해 침팬지의 행동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퇴화하는 모습을 관찰할 때는 야생 침팬지를 연구하고, 침팬지의 지적능력을 연구할 때는 지적활동을 장려하고 학습을 유도할 수 있는 포획상태의 침팬지를 연구하게 됐다.

 


●야생상태의 침팬지를 연구하는 비침입적(non-invasive) 연구방식이란?

우리가 해온 비침입적 연구방식에서 연구자는 침팬지와 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그를 따라다니면서 생태를 기록한다. 연구자는 침팬지를 포획하거나 건드리면 안 되고, 침팬지와 상호작용도 하지 않는 철저한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침팬지의 권익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만약 침팬지가 독립된 개체로서 개별성(individuality)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침팬지의 기본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침팬지가 개별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침팬지의 개별성에 관한 수치화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한 적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주변 사람과 대화하다 보면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 외향적인 사람, 이기적인 사람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듯이 침팬지의 개별성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최근 관심사나 연구주제는 무엇인가?

최근 연구주제는 아프리카 침팬지 공동체사회의 서식지별 문화적 차이이다. 또 유전공학기술을 활용해 DNA를 비교함으로써 침팬지 새끼와 수컷의 친자(親子)를 확인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수 년 안에 건립될 예정인 한국영장류연구소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한국의 젊은 연구인력이 동물 세계의 놀라운 면모를 깨닫고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최근 동물연구에 의해 밝혀진 사실은 인간과 동물을 분명히 구분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독립된 개체의 개별성이나 사고능력은 다른 동물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다.

 


●연구자일뿐 아니라 열정적인 사회운동가인데, 인간의 삶과 환경,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ㆍ훼손되는 가장 큰 원인을 짚는다면?

세계화(Globalization)다. 세계화로 인해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생활양식이 파괴되고 있다. 특정 문화권의 번영에 기여한 특정 문화와 생활양식은 다른 문화에서 파괴를 초래할 수 있는데 세계화에서는 그 점이 고려되고 있지 않다.

 

 

●콩고분지기획(Congo Basin Project), 탄갈리이카 호수 집수(集水)지역 산림복구 및 교육 기획(TACARE)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지역주민의 삶과 환경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역환경보존활동에 지역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운동방식이 있다면?

TACARE에 대해 설명하겠다. 15년 전 곰비는 지역인구가 급격히 늘고 이웃인 부룬디와 콩고에서 난민들이 대규모로 건너 온 데다가,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삼림을 개간해 토양 유실과 생태계 파괴가 심각했다. 우리는 유럽연합의 기금지원을 받아 성장속도가 빠르고 채벌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삼림을 조성했고, 토양유실을 최소화하는 농경법을 도입했다. 또 여성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은행을 설립해 여성 고용을 창출했으며 지역위생을 개선했고 가족계획캠페인을 벌였다.

 

이 기획이 성공한 이유는 백인이 전면에 나서 원조를 제안하는 식민주의적 접근법을 피했기 때문이다. TACARE에서 백인은 기획간사 한 명만 배후에서 관여했고, 지역주민과의 협상은 탄자니아 원주민으로 구성된 팀이 진행했다. 원주민팀은 지역주민대표에게 타지역에서의 성공사례를 들며 지역환경개선안을 제안한 뒤 주민대표 스스로 주민에게 필요한 방안을 선택하도록 했다. 주민대표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안을 실행해 달라고 TACARE팀에게 부탁했으나, 우리는 방식만 알려줄 뿐 실천은 주민들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TACARE는 주민들이 자긍심을 갖고 참여해 성공했다. 현재 우리는 유사기획을 나이지리아 국립공원, 카메룬 등에서도 실시하고 있다.

 


●구달 박사의 철학은 ‘모든 개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인 것이라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60억 인구 중 하나인 여러분이 나름의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말을 믿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말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올바른 윤리적 선택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만약 세상 모두가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알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세상은 변할 것이다. 여러분이 환경파괴나 아동노동착취를 통해 조금 싸게 제조한 물건 대신 환경친화적이고, 인간친화적이며 동물친화적인 상품을 사는 조그마한 행위를 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한국영장류연구소(IPRC)

최재천 교수(생명과학부) 주도로 건립을 추진 중인 영장류 연구기관. 인간이 영장류, 특히 침팬지와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영장류의 관점에서 인간을 재조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차적으로 침팬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며, 현재 교토대 부설 영장류연구소의 지원을 받기로 한 상태다.

 

정리: 이성호 간사ㆍ정다원 기자

 

제인 구달(Jane Goodall)

1934년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의 비서학교에서 비서학을 공부했다. 57년 케냐로 간 그는 저명한 고생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루이스 리키의 비서로 채용돼  침팬지 연구를 시작했다. 60년 혼자 탄자니아의 곰비로 건너가 야생 침팬지 연구에 착수했으며, 65년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행동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곰비연구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곰비에 돌아온 뒤 75년 제인구달연구소를 세워 전 세계의 동물 연구를 본격적으로 지원했다. 이후 환경[]사회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91년 ‘루츠 앤 슈츠(뿌리와 새싹)’ 운동을 창설했고 2002년 UN평화대사로 위촉됐다. 올해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Dame’ 작위를 수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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