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학문 후속세대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논의가 공론화된 지 10년 이상이 지난 이 시점에도 상황이 좋아진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학생들의 대학원 기피 경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대학원 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던 시간강사가 자살하는 등 학문의 재생산 구조가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데 대한 모든 책임이 대학에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IMF 사태 전후부터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경쟁지상주의나 물질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향들이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만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을 직접 담당하고 있으며 이미 오래 전에 이러한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회를 향해서 해결책의 제시를 요구해 왔던 대학의 구성원들이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대로 노력해왔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대학사회에서는 학문 후속세대의 열악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후속 세대에 대한 물질적 지원의 확대를 요구해 왔다. 그렇지만 지난 10여 년간 급속하게 이뤄진 대학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대한 관심은 사회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었고, 대학원 학생들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지 않았으며 시간강사의 처우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외부에서의 지원만으로 현재의 후속세대 양성의 위기가 해결될 것인가는 의문이다. 두뇌한국 21 사업의 수혜 비율도 높고, 연구비도 상대적으로 많아서 상황이 나은 것으로 생각되는 이공계 분야도 석박사 과정 모집에 미달 사태가 나고, 학부 입시에서도 광범위한 이공계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등 후속세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것은 지원 확대만으로 학문 후속세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학문 후속세대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놓여 있는 상태에서 좋은 연구나 교육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물질적인 지원의 확대는 후속세대 양성의 중요한 조건의 하나이다. 여기에 더해서 대학사회의 변신이 이루어져야 이러한 지원이 실효를 거둘 것이다. 먼저 이뤄져야 하는 것이 무계획적으로 진행되어온 대학원 과정의 팽창에 대한 반성과 대학원 규모에 대한 재조정을 포함하는 구조 조정이다. 대학원 환경의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팽창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인력의 과잉 공급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과 교수들은 기존의 틀을 고집하지 말고 급변하는 사회적, 기술적 변화를 수용하고 예측하여 이에 적합한 새로운 학위과정과 교과과정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이를 통한 교육을 수행함으로써 사회의 변화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은 대학사회의 가장 큰 임무일 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에서 급속한 발전의 원동력이었으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사회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대학과 사회가 이들의 올바른 양성을 위해서 합심해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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