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주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수료)

우리에게 “구글 잇(Google it)!”이나 “네이버한테 물어봐”라는 표현은 그리 낯설지 않다. 인터넷 검색 엔진의 발전과 지식 정보 서비스의 보편화로 웹에서 자료와 지식을 찾는 일이 흔하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서지목록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들과 씨름하던 기억을 떠올리면 요즘의 변화는 정말 놀랍다. 전자 도서관과 몇 개의 알찬 검색 엔진만 있다면 웬만한 자료 수집과  글쓰기가 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늘 달갑지만은 않다. 우선 인터넷에 ‘물어보는’ 일이 일상화되어 선후배나 동학들 사이에 오가던 질문이 많이 줄었다. 사회적 관계에서 질문은 대화가 열리는 창구이자 학습을 유발하는 촉매다. 질문자는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누군가의 설명을 듣고 정리하고 기억하면서, 답변자는 적절한 답을 위해 생각하고 찾아보고 말로 표현하면서 서로 배우고 발전한다. 대화와 토론은 명시적(Explicit) 지식과 묵시적(Tacit) 지식을 동시에 향상시킨다. 묵시적 지식은 주체와 맥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사고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인터넷은 백과사전적인 지식 정보, 즉 명시적 지식을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대화와 토론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발전하는 묵시적 지식 능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이는 인터넷 토론을 활발하게 이끄는 일부 네티즌에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자 대부분은 인터넷을, 질의어를 입력하면 곧바로 모범답안이 출력되는 사전처럼 활용하고 있다. 검색 엔진이 달라도 동일한 질의어에 대한 검색 목록이 비슷하기 때문에 다양한 견해를 발전시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종종 우리는 온라인 정보에 속았다는 기분을 느낀다. 실컷 웹 서핑해서 찾은 책이나 논문을 읽어보니 신통치 않을 때. 도서관 열람실에 가보니 내가 뽑아온 목록에는 없지만 찾으려던 책이 눈에 확 들어올 때. 사건사고가 흔해빠진 포탈 뉴스를 무감각하게 들락거리다가 어느 가판대에서 고른 잡지에서 훈훈한 기사를 접했을 때. 3-4쪽짜리 리포트를 쓰기 위해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가 벌써 30장을 넘겼지만 여전히 한 단락도 제대로 쓰지 못했을 때. 인터넷 포털 뉴스 언저리를 맴도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지루해질 때.

웹에서 얻는 지식이 불완전함을 느끼면서도 우리는 왜 인터넷에 점점 더 의존할까? 아마도 인터넷이 가진 정보량에 압도되어 인터넷을 지식 상위자로, 검색하는 자기 자신을 지식 하위자로 설정하여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소통에 익숙해진 탓이다. 소통의 일방향성은 인터넷에서 찾은 지식 정보가 내가 원하는 정보를 대표한다는 착시를 일으키며 그것에 ‘권위’를 부여하고 의심과 비판을 희석한다. 그러나 과학철학자 칼 포퍼의 말처럼 모든 지식은 반증가능하고, 반증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 심지어 단단한 자연과학 지식도 사회적 타협의 산물인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순간 우리는 명시적 지식보다는 지식을 다루는 보이지 않는 능력이 중요함을 발견한다. 블행히도 온라인 상에서는 묵시적 지식 능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눈과 머리뿐만 아니라 귀와 입과 몸이 전체적으로 움직여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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