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아프간에서 한국인 23명이 피랍된 이후 누리꾼 사이에서 기독교에 대한 찬반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피랍의 원인 중 하나가 그들의 종교 때문이라는 것. 석방이 완료된 지금까지도 논쟁은 여전하다. 비슷한 논쟁이 국외에서는 9ㆍ11테러 이후부터 있었고, 학계에서는 저명한 학자들이 종교, 신에 관한 책들을 발간하면서 종교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7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만들어진 신』과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의 『죽은 신을 위하여』가 번역돼 화제다.

진화생물학자 도킨스는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은 유전자를 존속시키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며 창조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바 있다. 『만들어진 신』에서 그는 종교에 관한 이야기에는 늘 관대하고 그것을 비판하는 이야기는 극히 불경하게 여기는 서구사회의 풍토를 꼬집는다. 그는 유신론과 무신론 중 어느 하나가 분명히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판단을 유보할 만큼 유신론이 설득력을 갖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최근 미국에서 생겨난 ‘비행 스파게티 괴물교’의 신이나 러셀의 우화에 나오는 ‘외계의 찻주전자’ 역시 유무를 판단할 수 없지만 모두가 없다고 생각하듯, 기독교의 신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킨스가 작년 런던에서 이 책을 발간한 데 이어, 미국의 과학철학자인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은 올해 초 『Breaking the Spell』을 발간해 공격적 무신론을 펼쳤다. 그의 책은 올해 12월쯤 ‘마법 깨뜨리기’라는 제목으로 번역ㆍ출간될 예정이다.

‘동유럽의 기적’으로 불리는 슬로베니아 철학자 지젝은 『죽은 신을 위하여』에서 다소 다른 방식으로 기독교를 비판한다. 지젝은 기독교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성서에 대한 통념화된 해석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길을 택한다. “예수의 죽음이 인류를 구원했다면 예수를 배반해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한 유다는 죄인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한 영웅”이라는 식이다. 또 지젝은 바울이 예수의 모든 생애를 부정하고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이용해 새로운 조직을 구성해 낸 혁명가라고 본다. 여기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혁명으로 치환될 수 있고 바울의 행적은 레닌주의자들의 그것과 비교될 수 있다. 지젝은 이러한 전유의 방식을 통해 기독교가

보수적 종교라는 통념을 깨면서 성서로부터 급진적인 정치학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종교비판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읽을 만한 책으로는 2005년에 번역ㆍ발간된 샘 해리스(Sam Harris)의 『종교의 종말』이 있다. 해리스는 이 책에서 현대 종교의 문제점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 동양적 영성이나 신비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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