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연구 계획과 철저한 실천이 비결

 

▲ 김빛내리 교수                                                             사진 : 조장연 기자

지난 1월 ‘젊은 과학자상’을 시작으로 5월엔 ‘세계 수준급 연구영역 개척자상’을 수상하고 지난달에는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1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김빛내리 교수(생명과학부). 그는 자신이 내놓은 연구논문들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셀」 등에  잇달아 실리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을 받은 것이 썩 좋지만은 않다”며 “주위 사람의 기대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보다 언론에 많이 노출돼 연구하는 시간을 많이 뺐겨 걱정된다”고 말하는 김 교수는 연구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상은 세계 수준급 연구영역 개척자상”이라며 “그 상은 다른 상과 달리 해외 논문에 인용된 횟수를 기준으로 해 객관적인 연구 성과를 평가한 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에서도 그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열정은 학부생 시절의 확고한 목표에서 비롯했다. 김 교수는 “학부생 때부터 연구자가 되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다”며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나만의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고민의 결과로 그가 선택한 분야는 바로 ‘마이크로RNA’다. 김빛내리 교수는 “공부를 마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주제를 찾고 있었는데 그 무렵 마침 마이크로RNA 분야가 시작됐다”며 “독창적인 분야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4~5년 전 RNA가 유전 정보를 전달할 뿐 아니라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는 ‘지휘자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특히 마이크로RNA는 사람의 질병에 관여하기 때문에 신약개발 분야에 많이 이용된다”고 말했다.

현재 김 교수는 의대와 생명과학부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위암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그는 마이크로RNA의 활성 정도를 조절해 암세포의 확장을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RNA의 연구 전망은 매우 밝다”며 “마이크로RNA도 아직 연구 시작 단계라 많은 분야에서 연구가 가능한데, 그 외 다른 종류의 RNA도 많아 연구주제가 확대 발전할 가능성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빛내리 교수가 비교적 젊은 나이로 우수한 연구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장기적인 연구 계획과 철저한 실천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인생 원칙을 가지고 있었는데 ‘20대에는 폭넓게 공부하고 30대에 자기가 전념할 분야를 발견하고 40대에는 성과를 확장시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조동일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께서 지난 2005년 「조선일보」에  쓰신 ‘공부는 넓게, 연구는 좁게 시작하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내 학문관과 같아서 놀랐다”며 “인문계열이나 이공계열이나 학문하는 마음가짐은 같다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교수는 20대인 학부생 때 생물뿐 아니라 물리와 화학 등 과학 전반을 폭넓게 공부하고 30대에는 교수로 부임하면서 마이크로RNA 연구분야를 개척했으며 40대를 앞둔 지금 연구 성과를 하나씩 내고 있다. 그는 또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학부생 때는 폭넓게 공부해서 시야를 넓히고, 과학자로서 연구를 시작할 때는 자기만의 색깔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바쁘게 연구하다 보면 가정에 소홀해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살아가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여러 역할을 모두 잘 수행하려고 노력한다”는 김빛내리 교수. 그는 “가정에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연구실에선 열정적인 연구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바쁘더라도 집에는 일거리를 갖고 들어가지 않고 토요일 오후에는 반드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또 연구자로서는 “중요한 발견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과정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RNA란?


RNA(Ribonucleic acid, 리보핵산)는 지금까지 DNA에 들어있는 유전정보를 전달해 단백질을 합성하는 핵산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지난 1993년 이 정의를 바꿀만한 새로운 RNA가 발견됐다. 바로 마이크로RNA이다. 마이크로RNA는 단순히 유전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메신저RNA(mRNA)에 결합해 유전정보의 번역과정을 억제하거나 mRNA의 분해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RNA는 인슐린 분비, 세포의 분열과 사멸, 바이러스 복제 등을 조절하는 것이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 빅터 앰브로스(Victor Ambros)팀이 처음 발견한 후 2001년 독립된 유전자군으로 인정받았으며 기존에 발견됐던 RNA보다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한편 김빛내리 교수는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RNA의 생합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효소 Drosha를 발견해 마이크로RNA의 생성 매커니즘을 밝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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