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연세노벨포럼

▲ 왼쪽부터 로버트 호비츠, 배리 샤플리스, 노오리 료지
연세대는 지난 10일(월)부터 12일까지 3일간 물리학, 화학 분야 등의 노벨 석학 여섯 명을 초청해 제2회 연세노벨포럼을 개최했다. 11일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대중강연회에서는 교수, 대학생, 일반인 등이 다수 참가해 강연장을 가득 채웠다.

대중강연회에서 노벨 석학들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연구에 임하는 자세 등에 대해 조언했다.
선형동물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을 이용한 실험으로 세포의 자살에 관여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존재를 규명해 지난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호비츠 교수(매사추세츠공대ㆍ생물학과)는 ‘미래 생명과학으로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간질환과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개발했고 현재 임상실험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연구는 실용적 목적 없이 시작한 것”이라며 “종종 기초연구의 결과가 실용적인 연구에 중요한 통찰력을 가져다준다”고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그는 “대학시절 전공은 경제학과 수학이었는데 우연히 듣게 된 생물학 수업에 매료돼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됐다”며 학생들에게 “가슴이 원하는 것을 찾게 되면 과감히 시작하라”고 말했다.

광학활성촉매를 이용한 비대칭 합성기법 연구로 지난 200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배리 샤플리스 교수(미국 스크립스연구소)는 ‘새롭고 유용한 것을 찾는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KISS(Keep It Simple, Stupid: 이봐, 간단히 해)원리를 제안하며 “연구에 임할 때는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단순함을 폄하하는 주변의 비난을 두려워 말라”고 조언했다. 또 그는 “신약개발에만 급급한 제약회사의 연구보다 유기화학자들의 연구가 더욱 큰 성과를 낳았다”며 기초과학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뱅 이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무트 교수(UC버클리ㆍ물리학과)는 “연구할 때는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다수와 다르게 보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이 끝나고 그가 보여준 우주사진과 은하형성 시뮬레이션 영상은 참석자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편 석학들은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각 분야별로 대안을 내놓았다. 광학활성촉매를 이용한 수소화 반응을 개발해 지난 200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노오리 료지 교수(일본 물질과학연구센터)는 21세기 화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녹색 화학’을 제시했다. 그는 “녹색화학이란 환경적으로 무해한 합성을 추구하는 화학”이라며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은 문화적 통제가 필요하다”며 “‘선한 지혜’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칭 정보 하에서의 유인’이라는 비크리의 경제이론을 뒷받침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지난 199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멀리스 교수(캠브리지대ㆍ경제학과)는 에어컨 사용량 증가가 경제성장으로 계산되는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하면 실질경제성장률은 지금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화수소를 줄이기 위해서 더 많은 조세를 부과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이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를 이루려는 국가 간 노력과 개인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연대 학장 오세정 교수(물리ㆍ천문학부)는 이번 행사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노벨 석학의 강연을 통해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데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면서도 “석학을 초청해 ‘전시효과’를 내기보다는 그들과 장시간에 걸친 연구와 토론을 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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