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때문에 받아주는 곳 없어 방황하는 출소자들
“긍정적으로 활동하면 출소자들도 할 일 많아”

기업들이 출소자 고용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소자들이 과연 성실하게 근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그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우려, 또 그들이 만든 제품을 소비자들이 믿고 이용해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대표적인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출소자를 고용해 그들의 재활을 돕는 기업들이 있다.

◆재활의 꿈을 키우는 희망의 공간, 경북 칠곡군 ‘빠스카의 집’=1992년부터 두부공장을 운영하며 출소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는 빠스카의 집. 이곳에서는 출소자 13명이 빠스카교화복지회 신부 1명, 수녀 2명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전국 곳곳에 출소자 임시보호소 및 쉼터 등의 공간은 많지만 공장 운영을 통해 출소자들에게 숙식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재활을 돕는 곳은 빠스카의 집이 유일하다.

빠스카의 집 김레지나 수녀는 “출소자들은 사회정서상 노인과 장애인에 비해 동정과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전과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느끼면서 살아야 한다”며 “그러나 일할 공간이 필요한 그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어 많은 이들이 방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수녀는 “이들의 재활을 도와 이들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빠스카의 집의 설립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아침은 새벽 4시부터 밝는다. 전날 만들어 놓은 신선한 두부를 도매점에 일일이 배달하는 것으로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순두부를 눌러 모양을 만들고 찬물에 식힌 후 포장까지 하는 고된 작업이 오후 4시까지 계속된다. 직원들은 출소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떨쳐내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한다. 빠스카의 집에 들어와 천주교 영세를 받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김율리아노씨는 “출소자들은 전과자라는 편견 때문에 출소 후 사회에 발붙일 곳이 없다”며 “가족들조차 나를 피하는 것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방황하던 차에, 빠스카의 집을 알게 돼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만든 두부를 사람들이 즐겨 찾을 때 나도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쁨을 느낀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여건만 된다면 우리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 모두가 성실하게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 사람은 빠스카의 집에 들어온 지 며칠 만에 떠나기도 한다. 단순화된 교도소 생활에 익숙한 나머지 일하는 데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김씨는 “교도소 안에 있을 때는 사회에 나가면 모든 것이 잘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출소 후에는 이런 허황된 생각을 버리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자세로 성실히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어요”, 출소자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소망기업’=부산에 위치한 가공·선반기계 제조업체 소망기업은 전체직원 30명 중 6명이 출소자다. 2004년부터 부산교도소 교도작업에 뛰어든 소망기업 이현수 사장은 재소자 중 평소 작업에 성실하고 근면한 이가 있으면 눈여겨 보았다가 출소 후 자신의 공장에 채용하곤 했다. 이 사장은 “전과자도 비전과자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며 “출소자출신 직원도 다른 직원과 똑같이 대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출소자출신이 교도소 작업에서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맡은 일을 더 잘해내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이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활동한다면 우리 사회 어떤 분야에서든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망기업의 한 직원은 “처음에는 출소자 6명과 친해지기 어려웠고 은근히 그들을 피했었는데 차차 시간이 지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며 “오히려 그들이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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