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패밀리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정은영 옮김┃생각의 나무┃1만 4천원

바쁜 현대인의 아침식사는 종종 달걀 프라이를 곁들인 토스트다. 그런데 달걀의 뾰족한 부분과 둥근 부분 중 어느 쪽을 위로 향하도록 보관해야 더 맛있는지 고민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E=mc2』로 유명한 교양과학서 저술가 데이비드 보더니스(David Bodanis)는 이러한 고민을 즐겨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런 고민의 결과물을 모아 『시크릿 패밀리(The Secret Family)』를 세상에 내놓았다. 책의 주인공은 미국의 한 가족이다. 이들은 점심 무렵 쇼핑을 즐기고 저녁엔 TV를 보다 잠자리에 드는 지극히 평범한 가족일 뿐이다. 하지만 보더니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무한한 상상력이 바탕에 깔린 과학판타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24시간 가족 과학사’란 부제가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점심시간, 아들은 케첩이 뿌려진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문다. 질척한 빨간 물질이 내는 단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케첩 속에 든 설탕이 입천장의 지방들을 분해시키며 세정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간, 딸은 친구들과 쇼핑몰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 겉으로는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저마다 남자 친구들 생각에 바쁘다. 저자는 이 현상을 가리켜 ‘짝을 찾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모두 각자의 DNA의 수소결합부분을 가장 이상적인 남성의 DNA의 수소결합부분과 결합시키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에 대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수소결합의 배열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으므로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 부유함 등 간접표지를 통해 자신만의 이상적인 남성상을 찾게 된다.

저자는 싸구려 선글라스를 찾는 아버지의 상황을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우리의 눈은 외출 시 햇빛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동공의 크기를 축소시킨다. 하지만 선글라스를 끼는 순간 동공은 수축할 여유를 잃는다. 이로 인해 고품질의 선글라스를 끼지 않는 이상 우리 눈은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돼 손상을 입게 된다.

보더니스는 괜히 손가락 관절을 꺾어 소리를 내는 행위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한다. 관절 사이에는 적정량의 체액이 존재한다. 체액은 체내를 이동하며 조직세포에 영양분과 산소를 전해주고 노폐물을 받아 배출하는 순기능을 하는 성분이다. 우리가 소리를 내기 위해 손가락뼈를 꺾거나 세게 당기는 순간 관절 사이의 공간은 갑자기 커진다. 그 직후 체액의 압력이 낮아지며 체액에 들어있는 수분이 공기방울로 변하고, 이 방울들은 다른 신체부위로부터 밀려오는 체액과 부딪혀 부서지며 체내 건강을 악화시킨다.

이처럼 딱딱해 보이는 과학현상조차 보더니스의 손을 거치는 순간 친근한 일상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흥미진진한 것으로 변한다.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너무나 다양한 현상을 서술해 다소 산만하다는 것이랄까. 그럼에도 독자는 책을 집어드는 순간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마력에 빠지게 된다.

달걀 문제의 답은 무엇일까? 정답은 ‘둥근 부분’이다. 만약 뾰족한 부분이 위를 향하면 달걀은 숨구멍이 아래쪽에 놓이게 되고 깊숙이 가라앉은 노른자와 부딪쳐 산화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맛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일부분이 건조해져 말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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