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기념 인터뷰] 언어교육원 영어강사 보 잭슨씨

▲ 사진제공 : 보 잭슨

TV 방송 교육방송, 국군방송 등에서 영어 학습 프로그램의 사회와 리포터로 활동하는 보 잭슨(Beau Jackson)씨. 한국 생활 8년 째인 그는 강원대, 서강대를 거쳐 현재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다. 『대학신문』은 오는 9일(화) 한글날을 맞아 푸른 눈의 외국인, 보 잭슨씨가 보고 배운 한국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 잭슨씨가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독특하다. 그는 “처음에는 스님이 되고자 한국에 왔다”고 말한다. 뉴욕대 재학 시절 불교철학에 관한 철학과 강의를 듣고 선종 불교에 심취한 나머지 조계종 스님이 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다. 그러나 그는 참선 중 “오징어 사세요”라고 소리치는 아주머니의 음성에 정신이 흐트러져 스님이 되길 포기했다고 한다. 보 잭슨씨는 “첫 목표는 포기했지만 외국어 강사나 TV 방송 프로그램 사회 등 다른 길을 찾아 한국에 계속 남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한국어 학습이다. 보 잭슨씨는 “한글 교과서의 문장을 공부하는 것보다 실제 대화에 쓰이는 말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한국생활 초기에 외국어 강사로 부임한 강릉여고에서 여고생들과 직접 대화하면서 한국어를 배웠다. 아직도 그가 습관적으로 ‘아, 짜증나’라든가 ‘어머’를 내뱉는 이유다. 잭슨씨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후에는 글자 읽는 연습을 했다”며 “노력의 결과로 처음 읽은 단어가 ‘햄버거’였는데 읽고 난 후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다”고 말했다.

보 잭슨씨는 가장 어려운 한국어 개념으로 정(情)과 한(恨)을 꼽는다. 그는 “정과 한은 미국인이 체험하기 힘든 한국문화의 고유한 개념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니, 이 인간이’라는 말에서처럼 ‘인간’이란 단어가 욕으로 쓰이는 점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를 괴롭힌 한국어 발음도 있었다. 바로 ‘률’ 발음이다. 그는 “이정률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름 부르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리열’, ‘뤼열’  등으로 부를 때마다 그에게 핀잔을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보 잭슨씨는 한국어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초급 한글 교과서에서 모음에 관련된 부분을 보다가 글자에 ‘천ㆍ지ㆍ인’등 음양의 이치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며 “단순한 글자의 차원을 넘어 정신적 차원까지 고려한 한글이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또 그는 “한국어가 영어에 비해 섬세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yellow라는 단어 하나가 ‘노랗다, 누렇다, 누리끼리하다’등 여러 가지로 표현되는 것이 매우 재밌다”고 한다.
또 그는 “한자인 ‘악(惡)’과 콩글리시인 ‘리플’이 합쳐져 ‘악플’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는 모습이 신기했다”며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이 긍정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다채로운 결합 방식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아직도 내 한국어 실력은 부족하다”며 “미묘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한국어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는 보 잭슨씨.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어 교재를 보려고 노력한다. 또 그는 “부모님은 한국이 아직도 전쟁 중인 국가인 줄 알고 늘 걱정해 돌아오라고 하시지만 한국을 떠날 계획은 없다”며 “계속 한국에 살면서 다양한 일들을 체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전공하다 조계종 스님이 되기 위해 한국에 온 보 잭슨씨. 요즘도 두꺼운 국어사전을 들고 다니며 한국어 공부에 매진하는 그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