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생리는 여성의 자연스러운 몸의 현상인데도 감춰야 하고 드러내기 부끄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그날’이나 ‘매직’이라는 다른 용어들로 바꿔서 부르기도 하고, 매체에서 생리대를 광고할 때도 ‘깨끗하게’ 감추어주고 처리해주겠다고 말한다. 또 ‘생리통’이라 불리는 고통을 포함해 여성들마다 다양하게 겪는 증후군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개인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여성들은 한 달에 한번 감쪽같이 그날을 보낼 수 있는 ‘마법’을 부리라고 요구받아 왔다.(생리주기도 2주~2달 등 천차만별이며 보통 일주일을 생리기간으로 본다.)

생리를 여성의 몸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고, 사적인 영역에서 마법과도 같은 안간힘을 쓰며 온전히 감내해야했던 고통들을 공적인 영역에서 당당하게 드러내고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것이 ‘생리공결제’다. 총학생회에서 제출한 “한 학기 4번 생리로 인한 결석을 공결로 인정”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도입요구안을 본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생리공결제는 제도의 도입에 그치거나 갇히지 않는, 여성의 권리를 제기하는 운동의 측면으로서 고민돼야 한다. 즉 특수한 집단에 대한 특수한 이익제공이나 단순한 복지제공이라는 양자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보편적인 인간형으로서 남성이 상정돼 왔기 때문에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가진 생리와 같은 성적 차이들은 특수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생리공결제의 도입은 본부에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행정절차이기를 넘어 ‘일반학우’라는 주체와 ‘수업권’이라는 권리 자체를 재구성하고 재결합해야 하는 공동의 작업이 돼야 한다. 진정한 평등은 기존의 권리에 여성권을 추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이론과 개념들의 기반을 바꿔 낼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진행됐던 총학생회  Femi-nWeek(여성주의 주간)사업은 생리공결제를 모성보호라는 틀 내에서 제도화라지 않고, 여성의 몸에 관한 적극적인 권리를 제기하고 수업권과 여성권이 조화롭게 만날 수 있도록 고민했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권리를 다양한 권리들에 충돌시키는 것이 아니라 권리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해 보편적인 권리로 나아갈 수도록 고민하는 운동이 끊임없이 기획돼야 할 것이다.  
 
오미경 미학과·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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