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주간 대담 ‘지성의 대화’

“이 시대는 새로운 지식인을 필요로 한다.” 지난 8일(월) 중앙부산상호저축은행 워터게이트 빌딩에서 인문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조국 교수(법학부)와 하버드대 교수를 역임한 브라이언 파머(Brian Palmer) 교수(스웨덴 웁살라대ㆍ종교학과)의 대담이 열렸다. ‘지성의 대화(Dialogue of Intellectuals)’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대담에서는 자신의 학문연구뿐 아니라 사회참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두 학자가 ‘새로운 시대의 지식인상’을 모색했다.

『오늘의 세계적 가치』의 저자 파머 교수는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모든 이가 지식인”이라는 미국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Noam Chom- sky)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인터넷과 학술도서 보급의 확대로 우리는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지식인의 범위를 일반 대중으로 확대했다. 이어 그는 “지식인은 공인으로서의 의무를 가진다”며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철학자 시몬느 드 보부아르가 최전방에 가서 독일인과 프랑스인을 가리지 않고 치료하자고 주장한 것과 같이, 이 시대 지식인들도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용기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교수는 이에 동의하며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진정한 지식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1970~80년대 한국 지식인들이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교수는 이 시대를 ‘기능적 지식인만 남은 시대’로 칭했다. 그는 “최근에는 지식인 사회조차도 신자유주의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며 “사회과학ㆍ인문학 등 근본적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은 점차 사라지고 투자ㆍ경영 등 실용정보만 중시하는 기능적 지식인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들은 효율성만을 중시해 세계화 시대에 야기되는 부익부 빈익빈 등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 교수는 한국의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IMF 이후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한국을 저개발 국가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의 지식인으로서 경제원조 의무를 이행하는 등 전 세계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것을 주체적으로 치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머 교수는 “세계화가 야기한 이기심의 문제는 공개적인 토론의 장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디어 복합기업 뉴스코퍼레이션의 대표 루퍼스 머독 같은 언론 독재자들은 소수만이 혜택을 누리는 상황을 정당화하기 위해 형평성에 대한 논의 자체를 막고 있다”며 “CNN, BBC 등 거대 방송사가 토론의 장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후 유엔창립대표단이 탄 기차를 바라보던 유럽인들이 ‘평화’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찼던 것처럼,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도 조금 더 인간적인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희망으로 가득 차기 바란다”는 파머 교수. 그는 “이번 대담은 과학기술의 진보와 사회조직의 퇴보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조국 교수는 ‘이성적으로는 비관적인 상황을 의지적으로는 낙관해야 한다’는 로맹 롤랑의 말을 인용하며 “대화와 소통을 통한 인문학적 연대로 의지적 낙관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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