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원예술 비평은 존재하는가?' 포럼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 : 나혜진 기자)
일반인에게는 아직은 생소한 다원(多元)예술은 1990년대 들어 비주류 예술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등장했다.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다원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대체로 다원예술이 ▲장르를 뛰어넘는 예술 ▲실험적 창작예술 ▲비주류 예술 등을 통칭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2005년 8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예술위)에서는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예술을 묶어 ‘다원예술’이라 칭하고 다원예술소위원회(다원소위)를 만들었다.

최근 들어 다원소위를 중심으로 다원예술에 대한 논의의 싹이 움트고 있다. 지난 8일(목) 홍대 앞에 위치한 다원예술매개공간에서 문화예술위 다원소위가 ‘다원예술 비평은 존재하는가?’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다원예술 비평이 전무하다는 의식을 바탕으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다원소위 위원 김소연씨(「컬쳐뉴스」 편집장), 무용평론가 김남수씨, 미술․디자인평론가 이근준씨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가운데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다.

◆‘다원예술’은 유의미한 용어인가=먼저 예술계에서 별다른 논의 없이 사용되고 있는 ‘다원예술’이라는 용어에 대한 비평적 검토가 이뤄졌다. 다원소위 위원 김소연씨는 “다원예술은 실재하는 예술 경향을 설명하기 위한 비평용어가 아니라,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 쓰인 정책용어”라며 “다양한 실험적․비주류 예술 현상들이 하나의 예술적 흐름을 만들어낼 때 이를 다원예술이라 지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준기씨는 “다원예술에 대한 논의는 용어 자체의 유의미성에 대한 논쟁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다원예술이 어떤 예술분야까지 포괄해야 하는지와 같이 구체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전되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시각의 다원예술 비평=현재까지 비평이 부재했던 다원예술에 대해 다양한 관점의 비평도 시도됐다. 김남수씨는 예술 현장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다원예술 활동을 ‘외상(外傷)과 쥬이상스(jouissance, 희열)’, ‘재현과 현시’ 등 11가지 주제로 읽어냈다. 김남수씨는 “형식과 구조에 대한 반발로 표출되는 후기구조주의의 맥락 안에서 다원예술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근준씨는 “기존 매체의 개념이 상실된 포스트-미디엄의 상황에서 매체 간의 다제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 다원예술이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원예술 비평의 한계=다원예술 논의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포럼에 참석한 전효관 교수(전남대․문화전문대학원)는 “현장의 예술가들은 다원예술에 대한 비평적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며 “예술 현장과 비평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토론자로 참석한 「국민일보」 장지영 기자는 “다원예술이 ‘그들만의 예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비평가가 어려운 용어 사용을 자제해 예술가와 관객을 잇는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을 마치며 사회를 맡은 다원소위 위원 이진아 교수(숙명여대․인문학부)는 “다원예술에 대한 논의가 결론에 다다르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다원예술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계속적인 노력을 통해 다원예술의 정의와 비평의 문제에서 차츰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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