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대학 학보사 공동 대선후보 인터뷰 - ② 민주당 이인제 후보


◆서울대: 7개 대학 공동설문조사 결과 이인제 후보 지지율이 1.2%로 아주 낮다. 서울대에서는 겨우 0.7%다.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한나라당은 낡은 보수주의, 그것도 기득권에 찌든 수구세력이다. 대통합민주신당(신당)은 낡은 진보이념에 매달리는 세력이다. 둘 다 낡은 세력이다. 미래지향적 중도노선을 추구하는 민주당만이 우리 젊은이들의 희망이다.나는 창조적 자유주의자이며 열린 민족주의자다. 노동부 장관과 경기도지사 시절 실용적인 중도노선 개혁을 추구한 경험을 갖고 있다. 10년 전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기업하기 제일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고 5년 전 출마했을 때는 ‘일자리를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지금 보면 얼마나 앞을 내다보고 주장한 슬로건인가.

지금 (한국은) 기업하기 제일 안 좋은 나라가 됐다. 일자리를 없애는 대통령이 등장해 우리 젊은이들을 죽음의 계곡에 몰아넣고 있다. 비극이다. 지금도 (날 대통령으로 뽑기에) 늦지 않았다.

◆서울대: 방금 ‘수구세력’이라고 지칭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대학생들의 47.8%가 지지한다. ‘10년 전부터 미래를 내다본’ 이인제 후보의 지지도는 극히 낮다.

민주당은 진정한 중도개혁을 통해 절망하는 서민과 중산층을  불경기와 실업대란으로부터 해방시킬 실용적 대안을 갖고 있다. 또 나라의 미래를 열어가는 창조적인 개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렇게 외치면서 지금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데, 언젠가 (민주당과 내가) 국민들 가슴에 크게 등장할 날이 온다.

◆성균관대: 설문조사 결과 67.5%의 대학생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 찬성한다. 그런데 이인제 후보는 “비정규직이 실업상태보다는 낫다”고 말한 바 있는데, 대학생들과는 다른 생각이다.

왜 노동시장에서 고용불안정과 임금차별로 고통받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나. 경영자들이 뭔가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압박을 해결하면 정규직 고용이 늘어날 것이다. 압박은 외부에서도 오고 내부에서도 온다. 외부 압력은 노조다. 우리나라엔 아직도 투쟁적인 노조가 많다. 투쟁적인 노조 때문에 일단 정규직으로 들어오면 해고를 못 한다. 그래서 노조원이 될 자격이 없는 비정규직이 늘어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적대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를 협력적이고 생산적으로 바꿀 것이다.

내부적인 압력도 있다. 한번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정년 때까지 계속 임금이 올라간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더라도 경영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압력을 완화해 정규직 고용이 늘어나도록 하겠다. 현재의 비정규직보호법이 시장체계에 잘 적응하도록 하면서 경영에 대한 압박을 완화해 정규직 고용이 자율적으로 늘어나도록 하겠다.

◆연세대: 노사관계 개혁을 말했는데, 방안이 있나.

 노동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 노조의 불법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막기 위해 노조의 의사결정구조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선진국들도 다 그렇게 한다. 노조는 사용자와 적대하고 대결하고 투쟁하고 뒤집어엎는 조직이 아니다. 이런 무책임하고 불투명하고 비민주적인 일은 있을 수 없다.

◆연세대: 노조 측의 개선사항만 말씀하셨다. 회사에는 어떤 태도가 필요한가.

지금 회사의 투명성이 얼마나 강요되고 또 요구되고 있나. 회사 경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위해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다. 재벌들 비자금도 속속 드러나서 모든 기업에 경영의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다.

◆연세대: 그런데 최근 삼성의 로비 의혹에 대한 폭로가 있었다. 이는 회사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정부에서 회사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상장하는 회사들은 증권시장에서 엄격하게 회계의 투명성을 검증받는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조직들 역시 투명성을 검증한다. 이미 다 되고 있다.

◆연세대: 그래서 특별한 국가정책은 필요 없나.

지금 (삼성) 비자금 이야기는 범죄 문제 아닌가. 국민들 세금으로 움직이는 경찰이 범죄 문제는 다 알아서 하게 돼 있다. 엊그제 국세청장도 잡아넣지 않았나. 김용철 변호사인가 하는 분이 내부고발을 했는데, 명단 빨리 공개해야지 변죽만 울리면 안 된다. 그까짓 검사가 뭐라고 명단 공개 안 하나. 명단 공개하고 사실관계 조사해서 받은 사람이나 준 사람이나 다 처벌하면 된다.

◆한양대: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정동영 후보의 7대우주강국에 비견할 만한 경제정책이 있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첨단산업밀집지역을 국가전략으로 추구한다. 우선 대덕연구단지와 청주공항, 그리고 그 중간의 세종행정복합도시를 연결하는 2억평 규모의 신경제대특구(NECA)를 조성한다. 첨단과학기술 기반산업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선진국형 일자리가 1년에 60만 개 이상 나온다. 청년실업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려 한다.

◆한양대: 대덕단지, 청주공항, 행정복합도시 모두 이인제 후보 고향인 충청지역이다.

거기가 가장 오래된 두뇌집적단지다. 가장 여건이 충족돼 있다. (전국적으로) 다섯 개의 지식단지를 조성하려 하는데 한번에 다 할 수는 없지 않나.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선진국형 일자리가 나오는 미래를 개척하겠다. (우리의 정책은) 미래지향적이다. 토플러도 ‘제4의 물결’을 예측했지만, 어마어마한 변화의 물결이 온다. (언성을 높이며) 대운하는 무슨. 그게 십 몇세기냐. (비서관이 18세기라고 답하자) 아니, 18세기도 18세기지만. (대운하 파다가 망한) 수나라가 몇 세기냐. 아니 무슨 고대로 돌아가자는 얘긴가. (대운하는) 내가 1995년 경기도지사할 때 모 대학 연구팀이 와서 전부 브리핑한 내용이다. 들어보니까 시대착오적이고 완전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는 것 같아서 돌려보냈다. (이명박 후보는) 역시 토목전문가라 욕심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거기서 무슨 일자리가 나오나. 그럴 돈 있으면 새로운 지식산업을 일으켜야지. 그런 후보가 대학생들에게 40%? 대학생들 정신 차리라고 해라.

◆서울대: 많은 미래비전을 제시해 주셨다. 그런데도 이인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까닭은 두 번의 경선불복과 한나라당, 자민련, 국민중심당, 민주당 등 여러 당을 전전한 전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내가 다른 정치인에 비해 특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당적변경은 딱 두 번이다. 8번이니 9번이니 하는데 다 헛소리다. 1997년에 대선 독자출마를 위해 신한국당을 떠난 것과 2002년 민주당을 탈당한 것이다. 1997년 신한국당 공식후보로 이회창씨가 선출됐다. 난 2등이었다. (경선패배 이후) 경기도지사로 깨끗이 돌아갔다. 난 경선에 대해 시비를 걸어본 일이 없다. 난 그런 지저분한 성격을 갖고 있지 않다. 당 공식후보인 이회창씨의 지지율이 55%였는데 경선 일주일 만에 두 아들 병역문제가 검증에 걸렸다. 지지율이 7%로 떨어졌다. 7%면 국민이 완전히 버린 게 아니냐. 그게 두 달을 갔다.

그러자 국민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서 내게 출마를 요구했다. 그래서 아주 힘들게 독자출마를 결정했다. 지지율이 1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내가 YS에게 비자금 200억원을 받아먹었다는 새빨간 거짓말이 유포됐다. 지지율이 일주일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내가 그렇게 무자비한 정치폭력을 당한 사람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나. 나의 독자출마라는 결단이 40년만에 최초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뤘다. 한국정치가 정의로운 방향으로 큰 진전을 이뤘다. 그런 것도 좀 평가를 해 줘야 하는데 언론이 ‘이인제는 경선불복했으니까 나쁜 놈’이라는 식으로 나를 매도했다.

2002년 나는 노무현 후보의 노선이나 가치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다. 당선 가능성이 낮았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해서 당선이 확정적이었다. 나라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노선과 가치를 가진 사람이 권력을 잡아서 국가를 경영할 때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그냥 따라야 하겠는가. 그래서 당을 떠나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해야 했다. 노선과 가치가 다르면 같이 못 간다. 정치가 그런 거다. 책임 있는 정치인도 그렇다. 처칠도 당론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신에 따라 보수당을 두 번이나 탈당했다가 돌아오지 않았나. 탈당했으니까 나쁜 사람이라고 비판하시면 죄송하다고 사죄를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그렇게 힘든 결정을 했던 나의 진정을 이해하고용서해 줄 수도 있지 않겠나.

◆이화여대: 독자출마가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씀하셨다. 이번에 출마한 이회창씨도 ‘정권교체’라는 ‘좋은 결과’를 위해 출마한다고 한다.

그 분 출마는 명분이 없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끄떡도 안 하지 않나. 그리고 그 분이 깨끗한 사람이냐. 2002년 대선불법자금, 우리 정치역사상 최대의 부패스캔들이 아닌가. 재벌들이 수십억 수백억을 (이회창 후보에게) 심부름 하는 사람에게 줬겠나. 후보에게 준 게 아닌가. (이회창 후보) 본인이 감옥에 갔어야 마땅한데 심부름한 사람들만 감옥에 갔다. 국민들 앞에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는 게 마땅하지 대통령 하겠다고 나올 형편이 아니다.

◆서울대: 대학생들은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당이 제기능을 못한다는 것을 꼽았다. 이인제 후보의 경선불복은 정당민주주의에 해악을 끼친 게 아닌가.

이인제만큼 당당하고 원칙에 맞게 행동하는 것도 쉬운 일 아니다. 이명박 후보가 지금 문제가 터져서 지지율이 7%로 추락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나는 두 달 동안 가만히 있었다. 국민들이 도저히 (이회창으로는) 안 되니까 대안으로 이인제 나오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 때 너무 힘들게 결정했다.

◆중앙대: 정동영, 문국현 후보와 단일화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데 본인이 범여권 단일 후보가 돼야 하는 이유가 있나.

민주당은 범여권이 아니다. 그러나 범개혁세력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문국현 후보는 예외로 하자. 그는 실체가 없는 인물이다. 신당과 민주당은 본래 같은 울타리 안에 있지 않았나. 개혁의 노선이 잘못됐을 뿐이지 개혁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많다. 현실적으로 권력 때문에 다 쫓아갔던 거다. 이제 정권 다 끝났으니까 깨끗이 돌아오라는 거다. 개혁대표를 단일후보로 내세워야 한다. 누가 수구세력인 한나라당 후보와 맞설 수 있겠는지 국민 판단에 맡기자는 거다. ‘나 아니면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아니다. 물론 내 생각은 ‘나 아니면 안 된다’지만 최종판단은 국민에게 맡긴다.

◆성균관대: 만약에 이번에도 낙선하면 재도전할 것인가.

내가 또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이번에 꼭 당선시켜라.

◆서울대: 법무부가 입법한 차별금지법안 20개 항목 중에서 7개가 빠졌다. 어떻게 보나.

그것은 내가 숙지하지 못했다.

◆한양대: 대학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학년 1학기 등록금은 50% 면제한다. 임기 말에는 100% 면제한다. 2학년부터는 등록금 융자제도를 현실화해서 가정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

◆연세대: 예산은 어디서 나오나.

예산은 걱정하지 마라. 대통령으로만 만들어 달라. 대통령 되면 청와대에서 하루 종일 얘기하자. 감사하다.

인터뷰 일시 및 장소: 11월 11일(일) 오후 1시 여의도 민주당 당사
공동 인터뷰팀: 「고대신문」 설태영 편집국장, 『대학신문」 원선우 편집장, 「성대신문」 박종석 기자, 「연세춘추」 신인영 기자, 「이대학보」 김경원 기자, 「중대신문」 구대희 기자, 「한양대학보」 김민수 기자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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