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와 파스칼

이환 지음┃민음사┃248쪽┃1만8천원

모럴리스트의 선구자로 꼽히는 두 사상가, 몽테뉴와 파스칼. 모럴리스트는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수필과 격언록 같은 자유로운 형식에 담아낸 일련의 프랑스 작가들로, 프랑스 철학과 문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 중 하나다. 지난달 31일 파스칼의 권위자 이환 명예교수(불어불문학과)가 두 사람을 비교ㆍ분석한 『몽테뉴와 파스칼』을 내놓았다.

몽테뉴와 파스칼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에서 많은 공유점을 보인다. 그들은 삶에서 권태와 막막함을, 모든 존재와 사물에서 허무를 느꼈다. 파스칼은 이를 ‘비참’이라 표현했고, 몽테뉴는 ‘회의적 사유’로 각인했다. 그러나 여기서 그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갈라선다. 몽테뉴가 자연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삶의 행복을 지향해 나갔다면 파스칼은 그 한계를 넘어 신이라는 초월성을 ‘신음하며 추구한다’. 이른바 ‘신 없는’ 인간학과 ‘신 있는’ 인간학이다.

결국 ‘인본주의냐 신본주의냐’라는 책의 부제가 우리 앞에 선택의 문제로 다가온다. 저자는 “두 사람의 대결은 인간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영원한 대결의 한 표본”이라며 인간 존재를 보는 상반된 두 단면을 모럴리스트 정신과 따뜻한 필치로 추적한다. 저자가 밝히듯 자신의 마지막 저작일지도 모르는 이 책에서, 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 몽테뉴인가 파스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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