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독립한다

김희수 외 7인 지음┃여성주의저널 「일다」┃183쪽┃9천8백원

“모든 여자들은 독립을 꿈꾼다.” 초고층 아파트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야경을 바라보는,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여성의 화려한 독립은 환상에 불과하다. 현실에서는 가난한 여성도, 나이 예순에 접어든 여성도, 장애를 가진 여성도 각자 독립을 갈망하고 다채롭게 독립을 일궈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이들이 독립하기 위한 여건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독립여성을 곱게 보지 않는 가부장적 편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풍토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지난 15일(목) 여성주의저널 「일다」가 여성 8명의 독립에 대한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일다’는 ‘이루어지다’, ‘되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웹진 「일다」는 젠더와 사회 이슈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3년 창간됐으며, 올해 처음으로 출판 사업에까지 뛰어들었다. 이번에 출간된 『나, 독립한다』는 「일다」와 독자들이 책으로 만나는 첫 작품이다.

「도시사막 한가운데서」를 쓴 김희수씨는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을 ‘동거’의 형태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공간을 얻었다는 데 우선 만족했었다. 그러나 자신의 삶이 점차 흐트러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자신이 ‘독립한 삶’이 아니라 그저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을 뿐임을 깨닫는다. 가족으로부터는 떠났지만 연애, 술, 그리고 남자친구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음을 자각한 것이다. 그후 그는 ‘완전한 독립’을 이루기 위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옥탑방을 얻은 뒤 자아실현을 위한 생활을 시작한다. 김희수씨는 “혼자 사는 것만이 독립이 아니다”라며 “시행착오를 통해 진정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독립”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독립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과감히 독립을 시도하라”고 조언했다.

학창시절부터 ‘독립’을 꿈꾸며 노동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숙경씨는 「이혼, 나를 성장시킨 힘」에서 이혼 과정을 통한 홀로서기를 보여준다. 남편의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고, 그 집착이 폭력이 되는 과정에서 숙경씨는 절망에 빠진다. 대학시절 친구 A와 인터넷 에서 재회한 그는 자유를 꿈꾸던 대학시절을 떠올린다. 결국 그는 독립하기로 마음먹고 집을 나온다. 긴 소송 끝에 결국 숙경씨는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난다. 숙경씨는 “이혼 후 ‘턱없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직접 뛰어들어 홀로 맞서보니 기계나 전자제품 등 다루기 어려워 했던 것들도 별 것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 ‘가난하지만, 즐겁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환절기」의 저자 권정연수씨는 “독립은 남들과 떨어져 있음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5명의 저자도 각기 나름의 생활에서 주위사람과 소통하며 독립을 일궈냈다. 가족, 남자친구, 남편 등에 의존하면서 억눌려 있던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배유경씨(여성학협동과정ㆍ박사과정)는 “한국 사회는 여성이 독립하기엔 너무 힘든 사회”라며 “남성의 ‘여성비하의식’과 가정 내부에서 여성을 ‘부차적인’ 위치로 보는 의식 등이 이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여성들의 독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이 책이 독립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좋은 삶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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