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 학생회가 주도해야

47대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되었다. 주요 방송과 신문에서 일제히 보도할 만큼 이번 선거 결과는 놀랍고 충격적이다. 학교 내외에서는 선거 무산의 책임 문제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 이번 선거의 책임은 그들 누구의 것이 아니다. 텅 빈 아크로에서 유세판을 지킨 사람이라면, 두꺼운 명부 안에 드문드문 그어져 있는 줄을 보며 춥고 외로운 투표소를 지켜 본 사람이라면 이번 선거의 무산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인지 의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주 대학신문의 '맥박'에서 취재부장은 투표율 50퍼센트에 집착하는 학생회의 '미몽'을 비판했다. 투표함을 열고 싶어도 50%의 투표율을 넘지 못하면 열 수 없는 시행세칙에 명시된 내용을 취재부장이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무책임한 태도는 기자의 책임에 걸맞는 문제의식이나 해결 의지 없이 냉소로 일관되어 있다. 그 칼럼이 과연 무슨 의도로 씌여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이번 선거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실제로 냉소나 분노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게 한다.

 


학생회의 역할에 대한 생각은 학생들마다 다르며 소위 운동권과 비운동권 간에도 다르다. 하지만 과연 현재 학생회의 상은 존재하기나 할까? 지난 학생회가 많은 학생들에게서 보편적인 지지를 얻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서 대부분의 선본이 주로 학내사항에 관심을 기울이고 학생과의 소통의 문제에 고민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번 사태는 학생들의 무관심의 정도가 이미 수위를 넘어갔음을 깨닫게 한다.

 


우리는 비싼 등록금과 국민의 혈세로 학원에 다니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대한 대학의 책임을 굳이 부연하지 않더라도, 대학생으로서 우리는 함께 개인의 문제들을 공동체의 문제로 바꿔 고민하고 해결해 나갈 권리이자 의무가 있다. 학생회가 그런 역할을 주도해야 하며, 학생들은 선거라는 절차이자 행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그 일에 참여해야 한다. 무책임한 비판과 냉소 대신 함께할 수 있는 진지한 고민이 절실한 지금이다.

 

이주일 인문대기초과정ㆍ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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