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은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여성단체 활동가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인터뷰 대상은 (사진 왼쪽부터)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선백미록씨,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소목 상담원, 전국여성노동조합 박남희 위원장이다.

◇여성노동자 중 비정규직이 67.6%를 차지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나?

소목: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고용정책과 가부장적 사회구조에 원인이 있다. 1998년 현대자동차 여성부서 인력의 집단해고와 용역 전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여성직종 폐지, 은행권의 여성직종 비정규직화 등이 그 사례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인식되던 여성 노동력이 빠른 속도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비정규직화 됐다.

선백미록: 여성 중에서 20대와 4∼50대에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다. 노동시장 진입시기와 출산·육아로 인해 고용이 단절된 후 재취업시기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갖게 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성 비정규직 확산에 남성 정규직 노조가 부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하는가?

소목: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임금요구안을 보면 여전히 남성 생계부양자를 가정한 가족임금 이데올로기에 기반하고 있다. 또 양대 노총의 다양한 사업장들도 노동자를 동질적인 남성집단으로 상정하고 있다. 1998년 파견법 제정과정에서 파견업 대상직종을 주로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 업무로 한정해 결정한 일도 이러한 사례를 잘 드러낸다.

◇외환위기 이후 여성 노동계에 나타난 가시적 변화가 있나?

박남희: 여성노조의 출발이라고 말하고 싶다. IMF 구조조정 당시 해고 1순위로 여성 노동자가 지목되면서 그동안 노조 내에서 보조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발산하려는 의지를 갖게 된 것이다. 여성노조가 결성되고 여성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힘이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 또한 자신들의 직업에 당당해지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여성노동자들이 투쟁 혹은 운동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나?

소목: 해고와 임금체불, 성희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노동자를 상담하다보면 그들이 겪는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가 쉽지 않고, 해결된다 해도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는 점을 알게 된다.
선백미록: 여성노동자들은 투쟁활동 중에도 ‘투쟁의 꽃’과 같이 과도한 상징성이 부여되거나 부수적 과제로 취급되곤 한다. 즉 여성문제가 핵심적 요구안이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새 정부의 여성노동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소목: 경제성장과 함께 여성 일자 리 창출 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공서비스로 확충해야 할 사회적 복지서비스를 시장화하면서 무엇보다 저임금 여성 일자리를 확대 양산할까 우려스럽다.
박남희: 한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 경제성장만은 아니다. 일하는 사람의 행복을 보호하는 정책이 전무하다. 고질적인 성별분업, 성차별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법의 차별시정의무가 보다 실효성 있고 강제력 있게 작동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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