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휩쓴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 작품의 원작이자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코맥 매카시(Cormac McCarthy)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가 최근 번역·출간됐다.

주인공인 모스는 사막에서 영양을 쫓다가 유혈이 낭자한 총격전의 현장에서 200만 달러가 넘는 현금을 발견하고 돈가방을 챙겨 떠난다. 그리고 불가사의한 살인마 안톤 시거는 돈을 찾기 위해 그의 뒤를 쫓는다. 지극히 평범했던 모스는 우연히 얻은 돈가방 때문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삶을 살게 된다. 도망과 추격, 총격전, 음모와 살인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책은 추리를 통해 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지 않는다. 독자는 이미 범인을 알고 있다. 스릴러지만 묵시록에 가까운 책은 차갑고 단조로운 문체로 치밀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그리고 작가는 예정된 수순을 밟는 양 사건을 담담히 서술해나간다.

“앞면 아니면 뒷면?” “앞면.” 뒷면이었다. “미안하군.” 시거는 모스의 아내를 쏜다. 살인마인 시거는 궤변과도 같은 동전던지기를 통해 희생자의 생사를 결정한다. 그는 뒷면이 나오자 “당신의 뜻대로 동전을 움직일 수는 없지. 인생의 길은 쉽게 바뀌지 않아. 당신이 가야할 길은 처음부터 정해졌어”라고 말한다. 모스가 돈가방을 얻은 때부터, 혹은 시거가 그를 쫓는 순간부터 그녀의 죽음은 예견된 것이었다.

이 냉혹한 필연의 세계는 소설 바깥의 현실까지 환기하는 데 성공한다. 책을 옮긴 임재서씨는 “시거는 악의 화신일뿐더러 우리가 아무 제어도 하지 못한 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지 모르는 역사 자체의 의인화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노인은 누구이며, 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일까? 문학평론가 강유정씨는 “노인은 우리 주위의 모든 인간적인 가치”라며 “책의 제목은 욕망과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적인 가치가 존재할 수 없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해진 답은 없다. 답을 찾는 것은 독자의 몫이며 독자가 찾은 답에 따라 작품을 읽는 재미도 달라질 것이다.

코맥 매카시 지음┃임재서 옮김┃사피엔스21┃344쪽쪽┃1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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