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진 교수(사회학과)

유사 이래 가장 태평성대를 만났다는 대한민국.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하나 웰빙 못지않게 생존이 아직도 중요하다. 사회적 양극화가 그 표징이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자세와 방식을 새내기들에게 감히 말 할 자신이 서지 않는다.

흔히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급진주의자에서 자유주의자를 거쳐 보수주의자로 바뀐다고 한다. 젊음의 이상과 노년의 현실 사이의 격차를 잘 일깨워주는 얘기다. 이상의 추구는 항시 현실의 장벽과 마주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상과 현실의 조화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이론적 지침이지만 실천적으로 매우 지난한 과제다.

대학은 이상에서 현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졸업과 동시에 여러분은 현실에서 이상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대학을 다니는 동안 역사적 상상력을 갖고 온갖 지적 실험을 다해보라고 여러분에게 권하고 싶다. 바로 미래를 위한 준비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타율적 관성을 버리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에게 한국의 미래가 달려있다. 현실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이상의 추구 그리고 이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현실의 극복을 통해 제도 개선이나 사회 혁파도 가능할 것이다.

비전을 갖는 젊음이 되길 바란다. 비전이란 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 일종의 혜안(慧眼)이다. 세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와 안목을 통해 여러분은 미래를 바라보고 만들어 갈 수 있다. 대학에 들어오면 보편적 지성인으로서의 기본적 소양과 지식을 갖춰야 한다. 폭넓은 교양과 깊이 있는 전공지식을 통해 국제적 식견, 창발적 정신, 비판적 전망, 섬기는 리더십을 연마해야 한다.청년실업으로 인해 일찍부터 취업을 위한 공부에 빠지는 학생들이 매우 안타깝다. 한국의 위상을 알기 위해 동서양 역사를 살펴봐야 하고, 인간의 실존적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도록 동서양 고전도 가까이 해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는 지구적 표준을 받아들이면서도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펴나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경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작금 여러분들은 세방화(glocalization) 뿐만 아니라 방세화(locabalization)도 추구해야 한다. 여러분의 무대는 이제 한반도를 넘어 세계다. 이를 위해 영어는 기본이고 동양어와 서양어 두 개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대에는 여러 사회봉사과목이 마련돼있다. 여러 분야의 봉사를 통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자기중심적 생활이 일상화되는 처지에서 사회봉사를 통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가꿔 갈 수 있다. 젊은 시절 NGO활동도 세상을 이해하고 바꿔가는 데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젊음은 아름답지만 영원하지 않다. 시간을 아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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