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장훈

“처음 음악을 시작하고 공연만을 고집할 때 객석에 두세 명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꿈은 체조경기장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공연장에 가서 사람들을 꽉 채우고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가수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열심히 공연 했다. 그렇게 10년을 보내고 2000년 겨울, 꿈에 그리던 체조경기장에 입성했다. 큰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며 참 희극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곳이 내가 꿈꾸던 곳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허탈함은 뭐지?’ 10년을 하루같이 꿈꾸다 올라간 그곳에서 느낀 허무함은 죽는 날까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 허무함이 나를 지금의 나로 몰고 왔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느 날의 낙서 중에서)

여러분도 그런 허무를 겪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수험생에게는 꿈과 같은 소위 S대. 하지만 지금이 끝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또 그만큼의 책임과 무거움이 여러분을 짓누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생선배로서 처음 시작하는 여러분에게 이런 얘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 마음 편하지는 않지만 살아가는 작은 힘이 돼줄 수 있으리라 확신하기에 수백가지의 방법 중에서 두 가지 제안을 해봅니다.

남에게 손해를 볼 수 있다면 마음은 그만큼 채워집니다. 저에게도 아직 많은 숙제로 남아있는 부분이지만 분명한 것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는 것보다는 손해를 보았을 때, 아니 봐주었을 때가 훨씬 마음이 편안합니다. 어렸을 때든 어른이 돼서든 가장 힘든 건 사람입니다. 늘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 때문에 웃게 됩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에게 손해를 봐주는 건 결국 자신이 편해지는 길이기도 합니다. 손해를 볼수록 오히려 나에게 채워지는 기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주위가 좋은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손해 보는 연습을 합시다.

지금은 참 생경한 단어가 되었지만 ‘위인전’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라는 곳이 아무것도 보장돼있지 않기 때문에 고통이든 기쁨이든 각자가 알아서 마음을 잡고 살아갈 몫입니다. 안창호 선생님을 처음 접한 후 제 삶은 달라졌습니다. 지금도 그분의 어록을 하루에 몇 번씩 읽어보는데 삶의 든든한 친구이기도 합니다. 안창호 선생님 말씀 중에서 여러분의 친구가 돼줄 만한 말씀을 한 줄 선물할까 합니다. “우리는 흔히 인물이 없다고들 얘기를 하는데, 그 얘기하는 사람이 먼저 인물 될 공부를 하시오”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과 인물 될 공부를 하는 사람의 삶은 확연히 다르리라고 봅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라는 이름을 발판으로 하지 않는, 진정한 인물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 ‘인물’의 기준은 앞서 무대에서 느낀 허무함의 교훈처럼, 세상이 정한 크기나 높이에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세상이 정한 인물이 아닌, 여러분이 정하고 꿈꾸는 인물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지금 드린 말씀은 아마도 지금의 여러분께는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느 날인가 자신이 작아짐을 느낄 때 다시 한 번 새기시고 용기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꿈꾸는 사람들 되시기를 바라고 ‘인물’ 될 공부들 열심히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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