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형준, 이은규,  천명관.
박형준: 1966년 전북 정읍 출생.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구의 힘'으로 등단. 시잔문지 '시인의 눈' 창간호 '1990년 이후 신춘문예 출신 시인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 획득.
이은규: 1978년 서울 출생. 2006년 국제신문 신춘문얘애 '조각보를 잇다'로 등단.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추운 바람을 신으로 모신 자들의 경전'으로 당선.
천명관: 1963년 경기 용인 출생. '총잡이', '북경반점' 시나리오 집필.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 수상작 '프랭크와 나'로 든단. 2004년 장편 '고래'로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

 

 

 

 

 

 

 

 

 

 


기성 작가들에게 신춘문예는 어떤 존재일까? 각기 독특한 이력을 지닌 세 작가로부터 신춘문예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소설가로 변신한 천명관씨, 신춘문예 출신 중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시인 박형준씨, 지방지 신춘문예 당선 후 중앙지 신춘문예로 재등단한 시인 이은규씨. 이들이 문단에서 피부로 접한 신춘문예는 어떠했을까?

◇신춘문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천명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관행이다. 물론 신춘문예 덕분에 한국근대문학이 뿌리내릴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제는 더 나은 등단구조를 모색해야 할 때다. 신문사들이 별다른 고민 없이 전통을 고집하는 듯하다.

박형준: 한국만의 등단제도라고 해서 폄하할 필요는 없다. 신춘문예는 예비 작가들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통로인 동시에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은규: 신춘문예 제도는 한쪽엔 긍정의 날개를, 다른 한쪽엔 부정의 날개를 달고 있는 새와 같다.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신춘문예의 존재만으로도 창작 의욕을 얻는다. 하지만 후속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신춘문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천명관: 한국에서는 문예창작과 학생이 아니면 등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문예창작과 수업을 통해 등단에 적합한 문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난 이를 소위 ‘문창과 문학’이라 부른다. 기형적인 등단 구조가 한국 문학의 성격을 고착시켜 버렸다. 이대로라면 문학의 퇴보를 초래할 것이다.

박형준: 물론 그런 면도 있다. 예전에는 신춘문예 당선작들의 분위기가 획일적이었다. 연초 행사라는 이유로 밝고, 용기를 불어넣는 작품이 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려는 시도가 늘면서 다양한 형식과 소재를 갖춘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은규: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신춘문예에 자주 당선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신춘문예용 문학’이나 ‘문창과 문학’으로 일반화시켜서는 곤란하다.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글쓰기에 투자하고,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것이다.

물론 제도의 문제점이 없지는 않다. 일례로 심사위원의 연령대를 문제로 들 수 있다. 고령의 심사위원들이 계속 신춘문예 심사를 맡다 보니 파격적인 작품이 당선되는 경우가 적다.

박형준: 그렇다. 특히 심사위원의 연임이나 중복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매년 똑같은 인물이 심사하다 보니, 응모자들이 심사위원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쓰려고 한다. 심사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신문사의 자체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춘문예 탓에 한국문학이 단편 위주로 고착화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은규: 신춘문예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단편소설이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고, 평론 또한 단편소설 부문에서 활발히 이뤄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설계 전체가 자연스레 단편 위주로 흘러가는 것이다.

천명관: 신춘문예뿐 아니라 문예지의 영향도 크다. 문예지들은 작가들에게 주로 단편작품을 청탁한다. 이로 인해 ‘100매 문학’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등단한 지 7~8년 된 중견 작가들도 단편집 두어 개 낸 것이 전부다.

박형준: 등단 제도의 한계가 한국문학을 단편 일색으로 몰았다. 출판사 차원에서 더욱 다양한 등단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신춘문예가 나아가야 할 길은

천명관: 신춘문예를 비롯한 한국식 등단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소설 부문만 해도 일년에 수십명이 등단했다가 단편만 몇 편 쓰고는 사라진다. 등단 시켜놓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체계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등단 제도 자체가 없다. 자유롭게 작품을 출판사에 의뢰하고, 출판사는 이를 평가해 출판하는 식이다. 작가는 출판된 작품을 통해 독자로부터 자질을 검증받는다. 등단 제도를 통해 작가로서의 자질을 검증받는 한국과는 다르다.

박형준: 신춘문예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하나의 축제다. 작가로 인정받는 통과의례인 셈이다. 신춘문예는 탄생 이래로 꾸준히 작가 지망생들의 창작열을 자극해 우리 문단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신춘문예 제도는 계속 유지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은규: 계속되는 지적에도 신문사들은 신춘문예 제도 개선을 주저하고 있다. 신춘문예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신문사들은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몇 가지 문제점만 보완한다면 신춘문예는 계속해서 문학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개별적으로 이뤄진 인터뷰를 좌담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정리: 노승연 기자 nozaya04@snu.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