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소리도 해변을 걷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물과 확연히 구분된 띠, 머리를 아프게 하는 냄새. 몇 군데를 더 돌아다녀 봐도 그 기름띠는 분명히 존재했다. 소리도는 공장지대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렇다. 13년 전의 그 기름인 것이다.  13년 전 씨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건으로 ‘죽음의 바다’가 됐던 소리도, 지금은 사고 이전의 모습을 찾아 낚시꾼들의 천국이 됐지만 아직도 가끔씩 보이는 기름띠는 주민들에게 적이다.
 
소리도 주민들과 낚시꾼들은 먼 바다에서 그물과 낚싯줄을 던진다. 잡혀온 물고기와 해초들은 깨끗했다. 다만 일부 해초에서 흰 반점이 보인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다. 태안에서 한때 문제가 됐던 유화제의 부작용이다. 실제로 그물에서 걸린 해초는 다른 바다의 그것보다 작았다.

주민들은 가해자인 LG정유(현 GS 칼텍스)가 방제작업을 할 돈을 뇌물로 썼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방제작업은 중단됐다. 그랬기에 소리도가 그렇게 빨리 깨끗해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위대한 바다는 점점 예전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알고 있다. 바다가 아무리 깨끗해졌다 해도 기름띠는 계속 보일 것이고 어획량은 계속 줄어들 것을. 그래도 어민들은 소리도를 떠날 수 없다. 그들에게 소리도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태안 주민들이 기름바다가 돼버린 서해를 떠날 수 없는 것처럼

여수 해안의 기름도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1일(화) 소리도에서 또 다시 기름유출 사건이 터졌다. 빠른 방제 작업 덕분에 조용히 해결되기는 했지만 소리도 주민들은 13년 전의 공포를 다시 한번 떠올려야 했다.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당시 기름유출량은 씨프린스호 사건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물론 그때보다 방제 기술이 좋아졌고, 방제 전문기업들도 많아 방제 작업의 전문성도 확보됐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기름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았다’는 걱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수 사람과 태안 사람 그리고 태안에 다녀온 자원봉사자들이라면 누구나 할 걱정이다.  기우이기를  바란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이 있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 자가가 책임지라는 의미다. 지금 삼성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이말이 아닐까 싶다. 이번 사건에서 그들은 절대 책임을 피할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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