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 손에 서사시 『일리아스(llias)』를 들고 터키의 히사를리크(Hisarlik) 언덕 주변을 거닐었다. 당대 과학자들의 거센 비난에도 트로이 전쟁을 실제라고 믿었고 결국 트로이를 발굴해낸 이. 그는 바로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Heinrich Schlie-mann, 1822~1890)이다. 그의 몽상은 현실이 됐고 문학은 역사가 됐다.

고고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 C.W.쎄람의 사진으로 보는 고고학 이야기』가 최근 번역·출간됐다. 책을 쓴 쎄람(C. W. CERAM)은 고고학의 명저로 알려진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의 지은이다. 책은 글로 가득한 전작과 달리, 피에트로 델라 발레(Pietro Della Valle, 1586~1652)의 「바벨동산」 등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사진자료를 실어 흥미를 더한다.(이 책의 원제는 A Picture History Of Archaeology이다.) 저자는 “사진만 집중해서 보고 내용은 대충 넘어가는 것이 이런 종류의 화보집이 겪는 운명”이라고 말하지만 사진과 글을 한데 묶는 구성 덕분에 독자는 내용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책은 정통고고학의 탄생부터 공중촬영을 이용한 공중고고학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고고학의 역사를 개별 고고학자의 모습을 통해 서술한다. 최첨단 잠수장비를 이용해 타이타닉 호를 탐사하는, 영화 「타이타닉」의 첫 대목은 수중고고학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러나 첨단 장비를 이용한 전문적 탐사가 시작된 것은 훗날의 일이고, 초기 수중고고학자들은 열악한 기술 수준 때문에 건강이 악화되기도 했다. 실제로 마야의 황금예술품을 발굴한 수중고고학자 에드워드 허버트 톰슨(Edward Herbert Thompson)은 무리한 잠수를 감행해 다리를 절게 됐고, 나중에는 청력에도 손상을 입었다.

또 책은 복원의 ‘허구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스 신화를 다루는 책에 종종 나오는 그림 「뱀의 여신」은 정말 크레타 문명의 예술적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복원될 것인가?’ 저자는 크노소스 유적을 발굴한 아서 에번스(Arthur Evans, 1851~1941)에 대해 “연구와 실험을 통해 현대적인 복원 방법을 도입했지만, 복원하는 과정에서는 상상력에 지나치게 의지했다”고 그의 작업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21세기로 접어든 지금 발굴의 역사는 끝났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낭만과 모험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고고학의 낭만적인 모험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마침 모험과 발굴의 영화 「인디아나존스」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고고학을 지나치게 낭만적인 것으로 미화하는 일은 경계해야겠지만 모험에 대한 열정은 언제나 아름답고 유익한 것이 아니던가.

몽상과 매혹의 고고학

 

C.W.쎄람 지음┃장미경 옮김┃랜덤하우스┃391쪽┃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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