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폴야-세고 추측과 에슐비 추측 증명한 수리과학부 강현배 교수

 

서울대 교수와 미국 유타대 교수가 힘을 합쳐 50여년 동안 미해결로 남아있던 수학계의 난제를 풀어냈다. 지난 5일(수) 서울대는 강현배 교수(수리과학부)가 그램 밀턴 교수(Graeme Milton, 미국 유타대·수학과)와 함께 ‘폴야-세고 추측(Polya-Szego Conjecture)’과 ‘에슐비 추측(Eshelby Conjecture)’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공동 논문은 올해 초 국제 학술지 「이론 역학 및 해석학(Archive for Rational Mechanics and Analysis)」에 게재됐다. 자연대 연구실에서 강현배 교수를 만나 문제의 증명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대단한 발견을 한 것으로 안다. 소감은?
이 문제는 이미 2년 전 해결한 것이다. 2006년에 투고했다. 검증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시간이 걸린 것이다. 사실 그때의 감동은 좀 잊혔다.(웃음)

-열악한 국내 연구 여건에서 이뤄낸 성과인데?
서울대는 연구환경이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열악하다고 느낄 수 있다. 기초학문의 경우 연구자의 노력은 물론, 정부와 언론 등이 기반을 조성해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정부는 기초학문 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언론은 좀 더 학술적인 시각으로 연구결과를 보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증명의 경우에도 학문적 의의가 더 중요한 것인데, 언론에서는 소위 ‘돈 되는’ 응용 방안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다루는 것 같아 아쉬웠다.

-어떤 인연으로 이 문제를 풀게 됐나?
이 문제를 오래 생각해 왔다. 다만 집중해서 생각한 것은 아니고 시간이 나면 생각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2005년 서울대에서 주최한 국제학회에서 유타대의 밀턴 교수를 만났고,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디어가 생겨서 이 문제에 뛰어들게 됐다.

-문제에 대해 설명해달라
에슐비 추측은 세포 함유물 내부에 에너지가 가장 적어지기 위해서는 그 함유물이 정렬된 상태, 즉 타원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1971년 2차원 평면에서는 참이라는 것이 증명됐지만, 그 해법이 3차원으로 확장되지는 못했다. 폴야-세고의 추측은 주어진 부피에서 영역의 최적화에 관련된 것으로 3차원에서 그 편극텐서의 ‘trace(행렬 대각선의 합)’가 최소가 되는 것은 구면체라는 예측이다. 우리는 이 두 추측이 동치관계임을 밝힌 다음 에슐비의 추측이 3차원에서도 참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해결하는 도중에 별다른 에피소드는 없었나?
논문작업을 할 때 논문을 다듬으면서 어느 정도 여유를 부렸다. 사실 밀턴 교수도 나도 이런 문제를 증명하려고 애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론 역학 및 해석학」 저널 편집자가 미국의 다른 교수가 증명에 도전하고 있다는 소문을 알려왔다. 깜짝 놀라서 그 교수에게 연락해 아직 완성되지 않은 논문을 볼 수 있었는데 아직 어려운 단계를 넘지 못한 상태여서 안심할 수 있었다. 결국 그 교수도 다른 방식으로 증명한 논문을 냈다. 논문이 빨리 나와 우리보다 한 달 먼저 출판됐지만 학계에선 투고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별 상관은 없다.

-‘증명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나?
3차원 영역에서 에슐리의 추측이 참이라는 것을 증명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 이 부분은 1930년대에 프랑스의 수학자 디브(P. Dive)가 ‘뉴턴의 포텐셜 문제’를 해결한 방법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때가 가장 극적인 순간이었다. 그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증명이 마무리됐다.

-앞으로 계획은?
더 이상 다른 추측들을 쫓아다닐 생각은 없다. 앞으로는 의료영상과 관련된 수학을 연구하고 싶다. 사실 이 분야에는 재미있는 수학문제들이 굉장히 많다.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졸업해서 ‘어떻게 하면 편하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지 말고 꿈을 크게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학문이든 뭐든 인류를 위해서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를 생각했으면 한다.

Keyword
편극텐서: 3차원상의 어떤 모양에 대응되는 성질을 나타내는 행렬을 의미하며 편극텐서를 구하면 물체의 모양을 추정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 등장한 개념으로 최근 들어 의료 영상장비, 비파괴 검사 등의 분야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각광받고 있다.

뉴턴의 포텐셜 문제: ‘물체의 내부 중력장이 상수가 되는 영역은 타원체밖에 없다’는 이론. 1931년 프랑스의 수학자 디브에 의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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