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력적인 여자는 교통사고를 내도 욕먹지 않을까? 왜 잘생긴 종업원은 팁을 더 많이 받을까?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제3의 물결』에서 자본에서 지식으로 권력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제 ‘제4의 물결’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새로운 권력이 나타났다. “똑똑한(知) 사람 위에 예쁜(美) 사람 있다.” 새로운 권력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을 다각도에서 조명한 『아름다움의 과학』이 지난 10일(월) 출간됐다. 책은 아름다움의 공식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후 아름다움이라는 관념이 왜 존재하는지 진화심리학을 통해 설명한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광기를 비판한다.

외국에 갔다 온 친구는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외국에서는 내 외모가 통하더라니까.” 정말 그는 외국에서 잘생긴 얼굴일까? 답은 “아니오”다. 책은 아름다움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한다. 인류학자 덕 존스(Doug Jones)는 격리된 채 살아가는 두 부족에게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두 원주민의 아름다움에 대한 평가는 거의 일치했다. 문화적인 교류가 전혀 없는 그들에게도 보편적인 미의 기준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왜 아름다움을 좇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름다움은 ‘진화의 승리’를 뜻한다. 깨끗한 피부는 면역유전자가 많다는 것을 가리키며 대칭적인 얼굴은 발달 안정성을 반영한다. 하지만 미인이 ‘우수한 것’이 아니라 단지 미인이라서 ‘우수하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실험을 해보니, 미인은 아름답다는 이유로 좋은 점수를 받고 휴가도 더 많이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름다움은 확실히 권력이다. 

“더 날씬하게 더 예쁘게 더 젊게.” 권력으로 작용하는 아름다움은 사람들에게 광기를 불러일으킨다. 문제는 우리가 아름다움을 신격화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덧없음을 잊으려고 애쓴다는 데 있다. 우리는 어느새 아름다움이라는 감옥에 갇혀버렸다. 그러나 감옥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옮긴이 박승재씨는 “여전히 품성과 인격은 외모보다 중요한 가치다. 비록 그것이 거울 앞에 선 옮긴이의 자조적인 위안일지도 모르지만, 통계는 통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인생을 영원히 얻고자 하면 인생은 사라진다. 아름다움에 얽매이지 말고 감옥 바깥으로 한발짝 나와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움의 과학

울리히 렌츠 지음┃박승재 옮김┃프로네시스┃392쪽┃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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