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각종 언론은 한국문학계에 ‘일류(日流)’가 지고 ‘화류(華流)’가 몰아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수차례 보도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과 중국의 문학계는 작가회의, 문학인대회 등을 통해 활발하게 교류했다. 올해도 양국의 문학계는 지속적인 소통으로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양국 문학계의 거리가 좁혀진 만큼 한국독자와 중국현대문학(이하 중국문학)도 가까워졌을까? 『대학신문』은 중국문학이 우리들에게 얼마나,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다가왔는지 진단하고 그 가능성을 전망해 봤다.

◇국내 중국문학 출판시장을 진단한다=중국 서적의 번역ㆍ출판은 지난 1992년 한ㆍ중 수교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그 이전에는 중국 서적이 공산권 국가의 책이기 때문에 금기시 됐지만 수교 이후 중국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출판문화협회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한국에서 번역ㆍ출판된 문학 서적 9864종 중 중국문학은 93종으로 전체 분량의 약 0.04%에 불과하다.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문학에 이어 여섯 번째다. 해마다  수치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2007년은 93종으로 2005년의 106종, 2006년의 119종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번역겷酬풩?전체 중국서적이 231종에서 350종으로 크게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만큼 중국 서적의 전체적인 숫자는 늘어났지만 문학은 그 관심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는 증거다.

판매 상황은 더 열악하다. 위화(余華), 쑤퉁(蘇童) 등과 같은 중국 대표 작가의 한 두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이 손익분기점인 초판 3000권도 팔리지 않아 출판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중국문학은 신영복 교수(성공회대·사회과학부)가 번역한 다이허우잉(戴厚英)의 『사람아, 사람아』다. 100만부 이상 팔렸지만 1991년에 출판된 작품이다. 중국문학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었던 시기였기에 주목을 많이 받았다. 이정훈 교수(이화여대겵上沮衫?逵?는 “사회주의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1980년대 후반 지식인들의 정서적곀治퓽?고민과 궤를 같이 하는 작품이었다”며 “번역자의 좋은 문체, 사회분위기와의 높은 유사성 등의 이유로 인기가 높았다”고 분석했다.

순수문학 중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린 작품은 위화의 『허삼관매혈기』와 차오원쉬엔(曹文軒)의 『빨간기와』가 꼽힌다. 하지만 판매량은 약 10만부 정도다. 이들 작품을 포함해도 1만부 이상 팔린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중국어권 전문 저작권 에이전시 ‘캐럿 코리아’ 대표 백은영씨는 “일본소설은 50만권 이상 팔린 작품들도 많지만 중국문학은 한국에서 1만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 대접받는다”고 말한다.

◇독자들에게 중국문학은 ‘너무 먼 당신’?=중국은 최근 50년 동안 한국, 일본과는 역사적으로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개혁개방 이후 겉모습은 많이 비슷해졌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다가 한순간 건너온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속내는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중국의 소설은 대부분 그 ‘다른’ 속내를 다루고 있다. 중국의 과거와 사회상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소설 속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에 소개되고 있는 작품들은 문화대혁명 이후의 ‘상흔(傷痕)문학’이 대부분이다. 『허삼관매혈기』,『형제』 등을 번역한 최용만씨는 “한국독자들은 중국문학을 공감하기 어려운 다른 나라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독서 취향은 중국문학보다 일본문학에 잘 부합한다. 일본문학은 중국문학과 어떤 점에서 다를까? 일본문학은 개인의 내면이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에쿠니 가오리(江國香織)의 『냉정과 열정사이』,『도쿄타워』나 오쿠다 히데오(奧田英朗) 의 『공중그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문학은 가볍고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독자들이 쉽게 다가가지만 중국문학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독자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박석남씨(중어중문학과ㆍ02)는 “일본문학은 일본사회의 특수성이나 고민을 다루지 않아 잘 읽히는 반면 사회고발이 주를 이루는 중국문학은 민중들의 처절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읽기가 피로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포털사이트에 ‘일본문학’을 검색하면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가 수십개씩 나오며 활동 역시 활발하다. 반면 ‘중국문학’을 검색하면 무협지 팬카페나 각 대학의 수업게시판, 조별 활동 모임 등만 있을 뿐이다.

◇중국문학의 매력과 전망=중국문학이 피로할 정도로 ‘중국적’이라는 점은 분명 한국독자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점이 언제 매력으로 탈바꿈할지는 모를 일이다. 중국문학에 대한 낯섦만 해결되면 한국독자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중국문학을 소개하는 출판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은영씨는 “한국보다 중국문학이 일찍 소개된 영국,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그 인기가 높다”며 “중국문학을 접해 본 독자들은 오히려 진지함을 매력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중국문학은 중국적인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보다 실질적으로 중국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중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한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 문학독자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욱연 교수(서강대ㆍ중국문화학과)는 “사회과학서적에는 관련 주제의 일부분이 들어 있을 뿐이지만 문학 속에는 생생한 삶이 들어있다”며 “예컨대 『허삼관매혈기』에서 고난 중에도 낙관적인 정신세계를 유지하는 허삼관은 중국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진한 독서량을 감안한다면 향후 한국 출판시장에서 중국문학의 입지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이정훈 교수는 “일본문학도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작품 등이 유행하기 전에는 『설국』 같은 고전만 소개됐다”며 “앞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중국작품이 들어오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문학이 짊어진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무게감은 사실 한국문학이 경험한 바 있는 책임감이다. 그 시절을 지나 한국문학이 지금은훨씬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중국문학이 덜 발달했기 때문에 아직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어렵고 진지해서 즐거운 중국문학을 음미하면서 문학취향의 영역을 넓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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