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김택규

1978년 개혁개방이 본격화된 이후 비로소 작가들의 개성적 창작이 허용되고 세계문학과의 동시대성을 회복한 중국문학은 3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지각변동에 가까운 지형 변화를 경험해 왔다. 그 결과 최근 중국문학은 어떤 면에서는 주변 자본주의 국가를 능가하는 문학적 성과를 거뒀고 문학의 상업화 현상도 경험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중국 문단의 화두로 늘 등장하는 주제는 단연 ‘문학의 상업화’다. 이 현상은 이미 1990년대부터 노골화되기 시작했지만 작년과 올해에 벌어진 일련의 상징적 사건들로 인해 한층 논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우선 순수문학의 철옹성이었던 중국작가협회가 무협, 로맨스, 추리, 판타지 등 대중문학 창작을 지향하는 ‘80후 작가’(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작가군)들의 입회를 처음으로 허가했다. 그리고 인터넷소설 사이트 ‘출발점(www.cmfu.com)’이 일군의 대중소설 작가들을 규합해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함으로써 작가들이 국영기관인 종이책 출판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오로지 ‘시장의 힘’에 의지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마지막으로 베스트셀러와 영상매체의 상호관계가 공고해졌다. 2008년 2월 현재, 문학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 류전윈(劉震雲)의 『내 이름은 류웨진』을 비롯한 소설 세 권은 이미 TV 드라마로 방영되었거나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의 원작이다. 물론 중국에서 소설과 영상매체의 상업적 협력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우리의 귀에 익숙한 모옌(莫言), 위화(余華), 쑤퉁(蘇童), 류헝(劉恒) 등 중진 작가들의 작품 중 상당수가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되어 판매에 큰 힘을 얻은 바 있다. 나아가 류헝, 마위엔(馬原), 리펑(李馮) 같은 작가들은 아예 극작가로 전업해 활동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작가들이 작품의 기획과 창작 전반에서 미리 영상화를 고려하는 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창작과정에서 문체보다는 스토리, 깊이보다는 재미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일부 평론가는 작가들이 시장의 관심도, 판매량, 웹상의 클릭수, 영상화 가능성을 목표로 한 나머지 중국문학이 갈수록 경박해지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학의 본질에만 치중하여 이 후기자본주의 시대 문학의 존재 조건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무협과 로맨스로 21세기 중국문학의 스타이자 아이콘이 된 궈징밍(郭敬明), 장웨란(張悅然), 한한(韓寒)은 이미 중국 작가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지금까지 순문학적 가치의 호위병 역할을 해온 중국작가협회까지 이들을 포용하고 공식적으로 그 지위를 인정한 지금, 중국문학의 상업화 조류는 이미 대세가 된 느낌이다.

현재까지 한국에 소개된 중국문학은 극히 일부이며 그나마 소개된 작품들의 스펙트럼도 극히 편향적이다. 소위 대가나 중진들의 사회성, 역사성 짙은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이허우잉(戴厚英), 모옌, 위화, 쑤퉁 등은 50~60년대 초반 출생 작가들로서 현재 중국문단의 중진 중의 중진이다. 이제는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을 자랑하는 젊은 작가들이 소개될 차례다. 우선은 올해 다소 젊고 참신한 순문학 작가들인, 팡팡(方方), 한동(韓東), 주원(朱文), 베이춘(北村) 등의 작품이 차례로 출간될 예정이지만 이후로 현재 중국 상업문학의 주역들이 속속 한국에 소개되리라 예상한다. 본질적으로 순문학에서보다 민족적 기호의 이질성이 두드러진 대중문학은 쉽게 타국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 어렵긴 하지만, 동북아 대중문화가 점차 상호 근접해가는 현재의 추세를 감안할 때, 가까운 미래에 현재 중국의 상업문학이 우리 독서계의 ‘일류日流’에 맞서는 ‘한류漢流’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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