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번역ㆍ출간되는 현대 중국문학 작품이 늘어날수록 독자는 서가 앞에서 막막해지기 일쑤다. 어느 작품을 먼저 읽어야 좋을지 중국문학사 책을 펴봐도 1980년대 이후의 최신 조류는 오리무중. 『대학신문』은 중국문학 전공 교수들에게 추천을 받아 평단과 대중이 모두 인정하는 현대 중국문학 작품을 소개한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삼인방은 모옌과 위화, 쑤퉁이다. 문화혁명 이후 첫 문학 세대인 이들은 1980년대에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실험했던 ‘선봉파’로 활동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후에는 각자 고유의 작품세계를 구현해나가고 있다.

삼인방 중 최연장자인 모옌의 『홍까오량 가족』은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를

거머쥔 장이머우 감독의 「붉은 수수밭」의 원작으로 유명하다. 책은 작가의 실제 고향인 산둥성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항일전쟁을 겪는 3대의 가족사를 보여준다. 작가는 소재 에 억눌리지 않으면서 비극적인 역사속에서도 고갈되지 않는 인간의 ‘원시적 생명력’을 특유의 싱싱한 감각으로 표현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명실상부한 대표작가 대접을 받는 쑤퉁의 작품집 『이혼지침서』도 주목할 만하다. 책에 수록된 단편 「처첩성군」도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홍등」으로 제작돼 세계적 인기를 모았지만 전형준 교수(중어중문학과)는 “영화는 원작에 훨씬 못 미친다”고 평가한다. 소설은 봉건 대가정 속에 여성들이 들어와 미치거나 죽어나간다는 내용을 통해 ‘시간을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라 늘 어둠을 반복한다’는 중국 역사의 ‘무시간성’에 대한 의식을 드러낸다.

한국에서 특히 사랑받은 작품 『허삼관매혈기』의 작가 위화는 10년간의 침묵을 깨고 2005년에 신작 『형제』를 발표했다. 김언하 교수(동서대겵薩뭬載?는 “문화대혁명에서 개혁개

방을 거쳐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가는, 격동기를 소설을 통해 읽을 수 있다”며 일독을 권했다. 세권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허삼관’을 창조해낸 작가의 인물 창조력은 『형제』의 ‘이광두’에서도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들 삼인방과 구별되는 한샤오궁은 개혁개방정책의 충격 이후 시작된 ‘뿌리찾기 문학’의 대표주자다. 자국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중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에 영향받은 작가들은 현대 문학과 전통문화의 연관을 회복하려 노력한다. 이 결과물 중 하나가 한샤오궁의 『마교사전』이다. 『마교사전』은 ‘마교’라는 지역을 방문한 어느 문화인류학자가 쓴 듯한 ‘방언사전’의 형식을 취한다. 저자는 마교 개방 후 언어문화가 변천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중국의 소외를 그려내고 있다.

이번 학기 서울대에 개설된 중국어입문 과목은 20개가 넘지만 중국현대문학은 교양과목으로 개설돼 있지 않다. 「아주주간」이 선정한 ‘20세기 중국소설 100강’에 빛나는 중국 작가들과 함께 중국어의 ‘실용성’에 갇히지 않은 중국문학만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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