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역사상 가장 높은 정년심사 유보율
재심사 기준도 강화 ... 30대 정년보장 받은 교수들도 있어

본부는 지난 27일(목) 이례적으로 2008년 상반기 교수 승진 및 정년보장 심사결과에 대해 브리핑했다. 심사결과를 따로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브리핑에서 김완진 교무처장은 “심사를 통해 총 39명의 신청자 가운데 10명의 승진을 유보했다”고 밝혔다. 무려 1/4이 유보된 것이다. 대상자 본인이 심사를 유보한 경우를 포함하면 전체 대상자 56명 중 불과 29명(52%)만이 심사를 통과했다. 서울대 개교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대상자 가운데 절반이 ‘정년보장 유보’
지난 27일 본부 인사위원회(인사위)는 교수 정년보장 심사에서 상당수 교수의 정년보장 결정을 유보했다. 전체 유보자 10명 중 7명은 본부 심사에서, 3명은 단과대 심사에서 정년보장이 유보됐다. 지난 5년간 정년보장 심사를 통과한 비율은 거의 100%에 가까운 데다 본부 심사위원회에서 정년보장이 유보된 교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동안 ‘확인도장 찍는 곳’으로 여겨지며 형식적으로 운영된 본부 심사에서 5년 만에 처음으로 유보자가 나온 것이다.

김완진 처장은 “그동안은 단과대의 의견을 본부 인사위가 거의 그대로 수용해왔다”며 “인사위가 학문적 업적이나 수업 내용 부분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를 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잘 안된 측면이 있었다. 이제부터 철저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아울러 단과대별로 심사기준이 다르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처장은 “단과대마다 특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특정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다”며 “그런 부분을 감안하는 한편 공정한 심사가 가능하도록 개선할 것이며 서로 다른 단과대에 속하더라도 유사한 학문 분야의 경우는 비교를 통해 균형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본부는 이번 인사위에 앞서 따로 예비심사위를 구성해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는 등 강도 높은 심사를 진행했으며 예비심사의 결과를 대부분 수용했다. 17명의 심사위원으로 구성된 예비심사위에는 최초로 해외 대학 출신의 외부인사 한 명이 포함됐다. 그동안 서울대는 정년보장 심사에서 내부 인사들이 사실상 선후배 교수를 평가해야 하는 어려움과 전문적이지 못한 심사과정으로 지적을 받아왔다. 김완진 처장은 “이번 예비심사위에 해외 사정에 밝은 외국 대학 출신 인사를 포함시켜 심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교수의 신규 채용, 정년보장 심사 등을 총괄하는 본부 인사위에서 정년보장 심사를 전담하는 정년보장 심사위원회를 분리시켜 해외 저명 교수를 비롯한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등 심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김 처장은 “정년보장 심사를 강화해 교수사회에도 긍정적인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며 “이번 심사에서는 현 규정의 틀 내에서 심사를 했지만 앞으로는 학칙 개정을 비롯한 절차 상 문제를 해결해 심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심사 기준도 강화
한편 이번에 정년보장이 유보된 교수들은 올 하반기 심사를 비롯한 재심사에 지원할 수 있다. 재심사 신청 최대 기한인 6년 이내에 매년 2번씩 재심사가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본부는 앞으로 이 같은 재심사 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2년에 한 번으로 재심사 횟수를 제한하는 등 학칙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이번에 많은 유보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무조건 많이 탈락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부터 지적된 바 있듯이 아직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한 대학 심사에 탈락하면 다른 대학이 흡수하는 기반이 구축돼 있지 않아 심사에서 탈락하면 오갈 데 없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단순히 얼마나 많은 수의 교수를 심사에서 탈락시키는가에 주력하기보다 경쟁적 분위기를 통해 연구업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로 받아 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인사위 내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도 무려 3시간 이상으로 길어졌다. 김 처장은 “학칙을 변경하기도 전에 너무 갑작스럽게 심사를 강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며 “하지만 정년보장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 이견이 없었다”고 답했다.

◇‘30대 젊은 교수들’ 정년보장 눈길 끌어
이번에 새로 부교수로 승진한 사람은 총 42명으로 이중 5명은 부교수 승진과 동시에 정년보장을 받게 됐다.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할 때 심사받는 것이 보통이지만 특별히 연구업적이 탁월한 경우 추천을 통해 부교수 승진 시 정년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정년을 보장받은 부교수들은 국내외 석학들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에 정년보장 받은 조교수 5명 중 물리․천문학부 김기훈 교수(39), 화학부 박승범 교수(38),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39), 백성희 교수(38) 등 4명은 30대에 정년보장을 받게 돼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김지수 교수(의학과)도 이번 승진에서 정년보장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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