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태성과 아라연이 펼친 국악 한마당

산들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국악 가락이 신록에 싸인 캠퍼스로 날아들었다.

지난달 29일 국악과 재학생들로 구성된 ‘삼태성’과 ‘아라연’이 문화관 중강당에서 각기 개성 넘치는 있는 국악 한마당을 열었다. 이번 공연은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20일(화)까지 총 다섯 번에 걸쳐 열리는 ‘화요음악회’의 두 번째 순서였다. 삼태성과 아라연은 음대 주최 오디션을 거쳐 무대에 올랐다.

“흔히 ‘가곡’하면 서양 성악곡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우리 전통음악에도 가곡이 있어요. 가곡이 판소리, 범패(梵唄)와 함께 3대 전통 성악에 속하는 걸 대부분 모르고 있죠.”

삼태성의 소리꾼 이아름씨(06)는 이번 공연의 목적이 전통 가곡만의 독특함을 알리는 데에 있다고 소개했다. 이아름씨를 비롯해 사회자 장이윤씨(05), 거문고 연주자 박상아씨(07), 가야금 연주자 김예지씨(06), 대금 연주자 유경은씨(06), 피리 연주자 조서영씨(06), 해금 연주자 김보슬씨(06), 타악기를 맡은 김예슬씨(06) 등 8명의 국악과 학생들은 전통국악을 대중에 알리기 위해 삼태성을 조직했다. 이번 공연은 그들의 첫 공개무대였다.

삼태성은 「평롱」을 비롯한 세 가곡(歌曲)과, 정악(正樂) 「청성곡」, 「천년만세」를 연주했다. 「평롱」 연주에서는 달빛을 호리는 듯한 이아름씨의 목소리가 여러 악기 소리와 섞여 신비롭고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연회용 정악 「천년만세」는 가야금, 대금, 피리 등 여러 악기가 어우러져 맑고 경쾌한 느낌을 줬다.

삼태성의 공연이 끝나자, 아라연이 활짝 핀 철쭉꽃을 연상케하는 한복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아라연은 해금 연주자 양희진씨(05), 가야금 연주자 윤도희씨(05), 피리 연주자 김윤지(06), 피아노 연주와 작곡을 맡는 김지선씨(05) 등 4명의 국악과 학생으로 구성됐다. ‘바다’를 뜻하는 순우리말 ‘아라’와 솔개 ‘연(鳶)’자를 붙여 지은 이름에는 ‘바다에 띄운 연’처럼 세계로 날아가 우리 소리를 전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이번 공연에서 아라연은 지난 3월 20일 발매한 첫 앨범 『A Kite Across the Ocean』에 수록된 곡들을 선보였다. 양희진씨는 “이번 앨범은 창단 때부터 연습해온 곡들을 중심으로 겨울방학 때부터 작업해 완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피아노의 맑은 음색과 피리소리로 바닷물결과 하얀 연의 모습을 묘사한 「바다에 띄운 연」, 네 가지 악기가 함께 모여 경쾌한 즉흥연주를 선보인 「아라 아리랑」 등 모두 7곡이 연주됐다. 공연 내내 관객들은 가락에 박수 장단을 맞추며 흥을 돋웠다. 

공연을 관람한 국악동아리 ‘여민락’ 회장 수의예과 허경범씨(07)는 “전통국악에 충실한 삼태성과 새로운 형태의 국악을 추구하는 아라연의 음악을 함께 접할 수 있어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가야금산조 四色 빛깔

“학기 중에 학과 공부와 공연 준비를 병행하다보니 아무래도 연습시간이 부족했어요. 하지만 언제나 100%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까지 저희 네 명이 갈고 닦은 실력을 무대 위에서 차근차근 풀어 놓으려고요.”

공연을 5시간 앞둔 국악과 이지애씨(06)의 목소리는 다소 상기된 듯했다.

이지애씨는 지난 1일(목) 문화관 중강당에서 국립국악고 시절부터 절친했던 국악과 동기생 임경미씨(06), 양수연씨(06), 이지언씨(06)씨와 함께 가야금산조 연주회 ‘사색빛깔’을 열었다. 이번 연주회는 국악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첫 번째 무대였다. 22살 동갑내기 연주자 4명은 공연에 앞서 현재 남아있는 가야금 산조 10여개 유파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성금련류, 김죽파류, 김병호류, 최옥삼류를 각각 준비했다.

5시간 후 공연이 시작되자 관객들의 속닥거림이 멎어들었다. 공연장은 가야금 12줄을 뜯는 연주자의 오른손과 그 줄 위에서 노니는 왼손이 빚어내는 소리로 아련히 울렸다. 초록 치마에 연두 저고리를 입은 임경미씨는 마치 봄꽃을 꺾으러 나온 소녀처럼 사뿐사뿐 성금련류 산조를 연주했다. 양수연씨의 김죽파류 산조 연주는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아리따운 처녀가 뛰노는 듯했다. 이지언씨는 깊은 농현의 맛이 일품이라는 김병호류 산조를 힘 있게 표현했고, 뒤이어 이지애씨의 최옥삼류 산조 연주를 끝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이지애씨는 “사색빛깔을 준비하면서 서로의 연주를 듣고 장단점을 분석해주다보니 자연스레 실력이 향상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와 같은 공연을 후배들이 많이 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gatetofree@snu.kr, 이진이 기자 jinyi915@sn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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